아날로그 취급을 받으며 대세에서 멀어졌던 오디오 콘텐츠가 ‘현대인의 힐링 코스’로 돌아왔다. 국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기점으로 오디오 콘텐츠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관련 업계는 힐링 콘텐츠를 넘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오디오의 융합을 전망하고 있다.
플랫폼 양대산맥 네이버·카카오…오디오 콘텐츠 확대한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운영하던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콘텐츠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웹툰, 웹소설 등 온라인 콘텐츠 기반을 닦아놓은 네이버는 관련 지적재산권(IP)을 오디오 콘텐츠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가장 먼저 시도하는 분야는 영화다. 이달 중순부터 인기 웹툰과 웹소설 원작인 오디오 시네마 세 편을 공개한다. 제작에는 이제훈, 유인나, 김동욱, 강소라 등 유명 배우가 참여했다.
오디오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도 기획했다. 성 고민을 상담해주는 ‘신동엽의 성선설’과 1:1 랩 과외 프로그램 ‘넉살의 힙한 랩슨’을 신규 편성한다. 모두 오디오로 듣는 프로그램이다.
카카오도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사회공헌 플랫폼인 카카오같이가치는 이달 초부터 박보영, 박성훈, 진구 등 BH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과 ‘힐링 사운드’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우들은 자연의 소리를 배경으로 좋은 글이나 시를 읽어준다. 1회 감상 시 1,000원이 기부되는 방식이다. 기부금은 코로나19 심리 지원 사업에 사용된다.
오디오 콘텐츠, 코로나 블루 극복 위한 ‘힐링 콘텐츠’ 역할 ‘톡톡’
국내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오디오 콘텐츠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은 1월 3주 차엔 355만 4,447시간이던 주간 청취 시간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3월 2주 차에는 483만 2,645시간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팟빵은 청취 환경이 대중교통, 자차 등에서 집으로 바뀌면서 청취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NHN벅스도 코로나19 전후 사용자 증감 통계를 내놨다. 벅스의 오디오 콘텐츠 채널 ‘뮤직 캐스트’의 3월 청취자 수는 1월 대비 27% 증가했다. 방송 재생수는 19%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유의미한 성과를 보임에 따라 따라 벅스는 뮤직 캐스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전부터 힐링을 테마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캄(Calm)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캄은 명상을 통한 마음챙김을 돕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다. 명상이 얼마나 인기 있을까 싶지만, 구글플레이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회를 돌파했다. 타 플랫폼까지 합산하면 7,000만 회가 넘는다.
지난해 기준 총 200만 명이 캄의 콘텐츠를 유료 구독했다. 인기와 함께 캄은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 1,190억 원)를 달성하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캄의 인기 비결은 신선하고 세심한 콘텐츠다. 새소리, 물소리, 명언 등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콘텐츠 대신 어른을 위한 동화, 경이로운 순간 등을 읽어준다. 해외에서는 150페이지가 넘는 유럽 연합(EU) 개인 정보 보호 규정을 읽어주기도 한다. 지루한 이미지가 강했던 명상을 보다 쉽고, 현대적으로 재편한 것이다. 접속 시간대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추천하고 △스트레스 해소 △불안 해소 △숙면 등 개개인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멀티 태스킹 가능해 활용도 무궁무진…자동차·AI스피커와도 결합 가능
업계는 오디오 콘텐츠의 활용도를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힐링 외에도 오디오를 활용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것이다.
오디오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멀티 태스킹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오디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비디오 콘텐츠와의 차별점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는 게 대표적인 오디오 멀티 태스킹 예다. 최근에는 집안 일을 하거나 업무를 보면서도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디오의 다양한 쓰임새에 주목했다”며 “오디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 타 콘텐츠 및 산업과의 결합을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 가능성도 높다. 이인희 네이버 오디오클립 책임 리더는 콘텐츠 확대를 밝히면서 “오디오 콘텐츠는 커넥티드 카,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미래 플랫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콘텐츠 활용도도 높아 성장 가능성 또한 무한하다” 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 및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 있고, 재미있는 오디오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센터 노윤주 기자 daisy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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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