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일(현지시간) 하드포크를 진행했던 레이븐이 9개월 후 같은 이슈로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약 9개월만에 레이븐 클래식 에어드랍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수의 레이븐 투자자들은 “나머지 거래소는 에어드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레이븐 클래식 지급을 요청했다.
#레이븐? 레이븐 클래식?
레이븐은 비트코인의 코드를 포크해서 만들어진 STO(증권형 토큰) 최적화 플랫폼이다. 이더리움이 ERC-20에서 토큰을 만들어내는 것의 STO 버전이라 생각하면 쉽다. 합의 알고리즘은 PoW(작업증명)으로 채굴자 기반의 시스템을 지향한다.
레이븐 하드포크 이슈의 시작은 2019년 10월 1일(현지시간)이었다. 해당 하드포크는 체인 분리를 포함하고 있어, 레이븐 커뮤니티로부터 평소보다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한 레이븐 관계자의 언급에 따르면 체인 분리 원인은 채굴 진영 간의 내부 다툼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드포크를 하루 앞두고 레이븐 클래식 공식 트위터가 돌연 체인 분리 취소를 발표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이 체인 분리 여부를 혼동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하드포크 이후에도 체인분리에서 나오는 레이븐 클래식 지급 소식은 없었다. 커뮤니티에서 체인 분리는 없던 일로 여겨졌다.
그런데 2020년 5월들어 레이븐 클래식 코인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되기 시작했다.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시점은 6월 3일경이었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레이븐 클래식 에어드랍을 공지한 것이다. 이 거래소는 2019년 9월에도 레이븐 하드포크를 지원하며 스냅샷(특정 시점 코인 보유를 검증하는 절차)을 준비한 바 있다.
#9개월만에 에어드랍 진행된 까닭?
통상 체인 분리를 포함하는 하드포크가 일어나면 대부분의 거래소가 프로젝트 쪽과 협의해 일제히 에어드랍을 진행한다. 이미 2019년 10월 체인 분리가 이뤄진 코인의 상장 및 에어드랍이 9개월만에 재조명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 레이븐 클래식 에어드랍을 진행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레이븐 클래식 진영은 하드포크 전날 체인 분리 취소를 선언하면서 결국 체인 분리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2020년 5월 전까지 레이븐 클래식 측의 공식 활동이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레이븐 클래식의 공식 지갑도 없었기 때문에 에어드랍을 진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레이븐/레이븐 클래식 진영과 관계 없는 국내 한 블록체인 개발자는 “깃허브를 보면 레이븐 클래식 지갑이 표면적으로 나온 건 지난 5월이 맞다. 하지만, 개발 내역은 5월 이전에도 있다. 일반인 입장에선 5월에서야 레이븐 클래식 지갑이 나온 걸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자라면 5월 이전에 이미 유의미한 소스코드가 업데이트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공식 지갑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레이븐 투자자 “업비트, 에어드랍 불이행했다”
다른 거래소의 레이븐 클래식 에어드랍 진행 여부도 관심사다. 특히 복수의 국내 레이븐 투자자는 조인디로부터 업비트의 에어드랍 불이행을 규탄해왔다. 업비트에 레이븐 코인을 보관한 국내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레이븐 코인은 업비트뿐만 아니라, 바이낸스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이에 대해 한 업비트 관계자는 “에어드랍과 관련한 이야기를 프로젝트 쪽으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 확인 결과 (국내 한 곳을 제외한) 다른 거래소도 레이븐 클래식에 대한 에어드랍 언급이 없다. 업비트는 사전에 프로젝트와 이야기가 되면 에어드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업비트는 가장 최근 스팀 체분리 당시(2020년 3월) 하이브와 하이브달러 에어드랍을 지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하이브는 업비트를 비롯한 다수 거래소와 상장 및 에어드랍 협업을 사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드랍 불이행, 문제될까
이번 레이븐 클래식 에어드랍 불이행 문제는 2019년 10월 하드포크 스냅샷 여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타 거래소와 달리 에어드랍을 진행한 국내 모 거래소는 혹시 모를 체인 분리를 상정하고 스냅샷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 거래소의 작년 하드포크 공지를 보면 ‘체인 분리가 진행될 경우’라는 단서를 유일하게 달아놨다. 다른 거래소 공지에서는 체인 분리나 스냅샷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었다. 단, 모 거래소의 경우에도 체인 분리가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스냅샷을 준비한 것에 가깝다.
여기에 한 암호화폐 관계자는 “해당 거래소는 비트코인, 레이븐코인, 코아(거래소코인) 3종의 암호화폐만 상장한 거래소다. 그만큼 타 거래소에 비해 레이븐코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 거래소의 레이븐 클래식 에어드랍 불이행은 레이븐에 대한 관심도 차이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프로젝트 측이 먼저 거래소에 사전 통보한 뒤, 거래소가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에어드랍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 흐름인 것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모 거래소의 대응 방식이 독특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스냅샷 불이행으로 인한 에어드랍 미실시 자체는 잘못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018년 에브리피디아(EOS의 DApp) 에어드랍의 경우에도 업비트는 에어드랍을 지원했지만, 빗썸은 실시하지 않았다. 당시 빗썸은 에브리피디아 상장 계획이 없어 스냅샷 및 에어드랍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에 빗썸에 EOS를 보관한 투자자들이 에어드랍을 받기 위해 업비트로 코인을 옮겼다. 곧, 자신이 선호하는 시장을 투자자들이 스스로 선택하면 되는 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조인디에 제보를 넣은 한 레이븐 투자자는 업비트의 스냅샷 자체에 의혹을 품기도 했다. 사실은 업비트가 스냅샷을 찍고 레이븐 클래식을 가지고 있는데 숨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제보 내용대로 만약 업비트가 레이븐 클래식을 몰래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되며, 현행법상 횡령으로 처벌될 수 있다. 더군다나 신원이 크게 노출돼 있는 업비트 특성상 그런 일을 벌이고도 들키지 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만에 하나 들키지 않고 레이븐 클래식 물량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n번방 사건처럼 단 한 번의 거래라도 일어나면 추적이 가능해진다.
#공지보다 미리 입출금 막았다?
업비트가 공지보다 미리 레이븐 입출금을 막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와 관련 “업비트가 지난해 하드포크에 의한 입출금 중단 시점을 9월 30일로 공지했으나, 이를 어기고 9월 28일에 돌연 레이븐 입출금을 막았다. 스냅샷 이야기가 있었던 모 거래소로 레이븐을 옮기려고 했지만, 업비트가 언급도 없이 더 빨리 입출금을 막는 바람에 에어드랍을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전달된 바 있다. 업비트 측에 문의한 결과 9월 28일 긴급 월렛 점검 이슈가 있어 공지보다 빠르게 입출금을 막은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업비트 관계자는 “긴급 월렛 점검 이슈가 있어 조금 빨리 입출금을 막은 것은 맞다. 종종 이런 일이 있기 때문에 업비트에선 지난해 3월 입출금 현황 확인 기능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긴급 상황에서도 무슨 사유로 입출금이 중단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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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