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개정안과 데이터3법 개정안, 공인인증서 폐지 등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국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이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기존 금융권에 지우던 의무를 적용해 업계 내 불만이 나오는 한편, 시장 정돈과 이용자 보호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또한 전자문서/전자서명과 개인정보관리 분야가 신기술 진입 문턱을 낮추면서 블록체인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라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거래 모니터링 등 특금법 대응 솔루션 도입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업 블로코가 발표한 보고서 ‘2020년 국내 블록체인 규제 및 관련 사업 현황’에 따르면 암호화폐 사업자들은 거래내역 모니터링 도구, 위험거래 대상자 파악 솔루션 등 특금법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은 기존 금융회사에게 부과했던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금지 의무 등을 암호화폐 사업자에게도 적용한다. 암호화폐 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영업신고를 해야 하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취득과 실명 확인 가능한 입출금 계정 사용 의무 등을 이행해야 한다.
기존 금융권에서도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에 대비해 수탁(커스터디), 디파이(DeFiㆍ탈중앙화 금융), 실물자산 기반 토큰 발행 등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ㆍ수탁ㆍ장외거래를 비롯한 수탁사업과 관련한 상표를 출원하고 공식 컨소시엄을 출범하는 등 규제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다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제시한 권고안에 포함된 트래블룰(Travel Rule)에 대해선 뚜렷한 해답이 없는 상태다. 하반기 나올 예정인 특금법 시행령에 포함될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트래블룰에 따르면 암호화폐 사업자는 거래 참여자 모두에 대한 정보를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무제한 생성 가능한 지갑주소 ^기존 이용자의 신분증명 데이터 추적 어려움 ^가상자산사업자 간 사용자 데이터와 지갑주소 공유 어려움 등으로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상태라는 게 블로코의 분석이다.
#전자문서/전자서명, 블록체인이 효율 높여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과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5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이 열렸다. 특히 공인전자서명의 우월한 법적 효력이 폐지되면서 전자서명 시장의 자율경쟁이 촉진되는 상황이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각종 신기술의 투입으로 새로운 전자서명 서비스 개발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문서/전자서명 분야는 블록체인의 강점이 부각되는 분야 중 하나다. 일반 전자문서솔루션은 시점확인증명을 위해 공인인증기관 시점확인서비스(TSAㆍTime Stamping Authority) 서버와 연동하거나 솔루션 제공업체의 사설 TSA를 사용하는 등 비용과 구축에 제약이 있다. 반면 블록체인은 시점확인증명값과 주요 정보를 모두 포함한 해시 값으로 일반 디스크 드라이브를 활용할 수 있어 데이터 저장 및 보관 비용의 효율성이 높다. 전자서명을 통한 사용자 인증 부문에서도 블록체인이 기존 공인인증서 대신 PKI 전자서명을 활용할 수 있어 확장성과 비용 면에서 장점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 및 IT 전문 업체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전자서명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KT-케이티 페이퍼리스(전자계약) ^이통3사-패스(전자서명과 인증) ^카카오와 그라운드X-카카오페이 인증과 전자서명 ^은행연합회와 삼성SDS-뱅크사인(전자서명) ^블로코-인스트싸인(전자계약)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정보 관리, 데이터 유통 생태계 형성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은 특정 주체가 운영하는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전제로 하고 있어 블록체인 특성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목적 달성한 개인정보는 파기, 삭제하는 것 역시 영구보존을 강조하는 블록체인과 충돌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파기’를 ‘파기 또는 기술적 조치를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형태로 폐기’로 개정하려 했으나, 5월 말 의원 임기만료로 법안이 폐기된 상황이다.
1월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개정안)의 통과로 블록체인의 개인정보 진입 문턱이 낮아진 듯 보였으나,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 ^추가 이용 예측 가능성 ^제3자 이익침해 방지 ^가명처리 의무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정해 기존 법조항보다 더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이 데이터 유통과 거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심데이타시스템-분산원장증명(DID) 기반 의료 마이데이터 유통 플랫폼 ^글로스퍼-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리워드 및 거래 서비스 ^서울대병원 컨소시엄-마이 헬스 데이터 플랫폼 등이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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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