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국내 1세대 SNS로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가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7월 중 폐업한다.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싸이월드가 유틸리티 토큰(특정 블록체인 플랫폼 상에서 스마트 계약에 의해 생성되고 관리되는 암호화폐)의 목적으로 발행한 클링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클링을 시작으로 올해 서비스를 접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살펴봤다.
◆ 싸이월드와 함께 사라지는 ‘클링’
▲ 싸이월드 클링 (홈페이지 캡처)
싸이월드는 ‘도토리’라는 사이버머니를 도입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이버머니는 특정 기업에서 정한 방식대로 플랫폼 내에서 화폐처럼 사용 가능한 화폐다. 암호화폐의 일종인 유틸리티 토큰과 유사하다.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성공시켰던 경험을 살려 2018년 자체 암호화폐 ‘클링’을 발행했다. 싸이월드는 클링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초기거래소공개)를 진행하며 코인제스트, 비트소닉 등에 상장했다.
싸이월드의 재기를 목적으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업계는 클링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클링 IEO는 애초 계획한 물량에서 절반만 판매됐다. 토큰 판매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회사의 부진한 실적에 클링 가격은 상장 이후 20원에서 1원 미만으로 수직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출시를 예고했던 클링 플랫폼 ‘싸이월드 3.0’ 계획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지난해 10월 싸이월드 도메인이 사전 공지 없이 정지되며, 클링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사업을 접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비트소닉은 클링의 상장적격성을 검토했다. 상장은 유지됐다. 다른 거래소도 상장을 유지했다.
클링은 지난 달 26일 국세청이 싸이월드를 폐업처리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달 안에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자진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싸이월드는 현재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는 있지만 로그인은 불가능하다. 클링 역시 홈페이지에는 들어갈 수는 있지만 커뮤니티가 모두 사라져 관계자와 의사소통은 할 수 없다. 2018년 싸이월드와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던 글로스퍼 측은 “클링 관련 담당자는 퇴사했다”며 “클링을 개발한 적 없다”고 답했다. 클링 개발엔 진척이 없었다. 싸이월드의 플랫폼 토큰인 클링은 싸이월드와 함께 7월 폐업을 앞두고 있다.
◆ ‘규제 불확실성’ 사업 중단…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
▲ 콘텐츠 프로토콜 (이미지 출처=왓챠)
왓챠는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참여 활동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지급하기 위해 ‘콘텐츠 프로토콜(CPT)’을 개발했다. 암호화폐 보상을 통해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플랫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지난해 1월 업비트에 상장되는 등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왓챠’라는 중앙화된 플랫폼 내에서 이용자들이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그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지난 2월 돌연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업적인 전망의 부족으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사업 종료를 알렸다. 이에 따라 유일하게 상장됐던 업비트에서도 상장폐지됐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대한민국 법무법인 및 싱가포르 법무법인의 법률 검토와 자문을 받아 잔여 자산을 모두 이더리움으로 환산해 보상 신청기간 내 환불을 신청한 홀더들에게 보유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고 밝혔다. 법인은 청산 절차를 진행했고, 회수된 콘텐츠 프로토콜은 소각됐다. 콘텐츠 프로토콜 배분 절차는 지난 달 31일로 끝났다.
◆ 실패한 실험, 그러나 가능성 남긴 ‘시빌’, ‘비트베리’
▲ 시빌 로고와 비트베리 로고
‘시빌’은 지난 2016년에 설립된 탈중앙화 블록체인 미디어이다. 시빌은 광고에 의존해온 기존 미디어 수익구조를 탈피해 암호화폐 보상을 통한 수익구조를 가진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지난 2일 매튜 일스 시빌 대표가 블로그를 통해 “자금난으로 프로젝트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간 주요 인력이 회사를 떠났고 투자금 유치에도 실패했다. 기존 언론사와의 파트너십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기존 시빌 팀은 이더리움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사 컨센시스에서 이더리움 기반 아이덴티티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일스 시빌 대표는 “우리는 매력적인 기술을 개발했다”며 “좋은 시기에 준비되지 않은 것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빌은 실패했지만 ‘탈중앙화 미디어 수익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실험 자체는 의미 있었다고 평가받는다.
‘비트베리’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자회사였던 루트원소프트에서 개발한 암호화폐 지갑이다. 클립 출시 이전 카카오톡과 연계된 유일한 암호화폐 지갑이었다. 다른 지갑에 비해 사용하기 쉬워 가입자가 10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블록체인 실사용 사례로 주목받았던 비트베리였지만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지난 1월 “시장 악화와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후 두나무는 블록체인 디앱 소다플레이의 개발사인 ‘몬스터큐브’에 루트원소프트를 매각했다.
비트베리는 몬스터큐브의 인수 덕분에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었다. 비트베리는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용자라도 복잡한 주소 없이 암호화폐 지갑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