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소 10만위안(약 1700만원) 이상 고액 현금 사용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한다. 개인 및 법인 계좌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입ㆍ출금하려면 고액현금관리정보 시스템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하고, 현금의 출처와 용도를 밝혀야 한다. 일부에선 중국이 디지털화폐(DCEP) 발행을 앞두고 본격 준비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이에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와 DCEP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0만위안 이상 현금 거래, 사전 등록해야
7월 2일 중국 매체 시나닷컴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허베이성과 저장성, 선전시 세 곳에서 고액 현금 거래 신고제를 시범 실시한다. 개인 계좌 중 입출금 금액이 각각 10만위안(허베이성)ㆍ20만위안(선전시)ㆍ30만위안(저장성)을 초과할 경우, 고액현금관리정보 시스템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법인 계좌는 50만위안 초과 시 신고 의무를 진다. 신고할 때에는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현금의 출처(입금)와 용도(출금)을 밝혀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허베이성은 7월 1일부터, 저장성과 선전시는 10월 1일부터 2년간 시행된다.
인민은행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비현금 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기는 했으나 통제가 어려운 고액 현금 거래량도 꾸준히 증가했다”며 “특히 고액 현금 거래는 특정 시기와 분야와 인구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고액 현금 신고제가 국민의 현금 사용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인민은행은 “합법적으로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고액 입ㆍ출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 사용에 대한 자유는 충분히 보장된다”며 “신고 의무 금액도 대다수 국민의 일상 거래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규제에 해당하는 고액 현금 규모는 시범 도시 내 전체 현금 흐름의 1% 수준이다.
#출처ㆍ용도까지? 사생활침해 우려 없나
인민은행은 고액 현금관리에 대한 규제가 거래 리스크를 대폭 줄이고 돈세탁 등 위법행위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 등 국가에서도 고액 현금에 대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은 1만달러 이상 현금거래 취급시 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국내에서도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가 시행 중이다. 동일 금융기관에서 하루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지급 또는 영수할 경우, 그 거래 내용은 금융정보분석원에 자동 보고된다.
그럼에도 우려는 가시지 않은 상태다. 사후 보고가 아닌 사전 신고인 데다 현금의 출처 및 용도를 기입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앞서 중국은 개인이 은행에서 5만위안 이상 현금 거래 시 신고하도록 돼 있긴 하나 이번 조치와 같은 현금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DCEP에 대한 사전 준비?
이번 조치가 인민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DCEPㆍDigir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CEP는 위안화를 디지털화한 형태로, 거래 내역뿐 아니라 송ㆍ수신자에 대한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연내 DCEP가 발행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정보와 고액현금관리정보 시스템을 연동하면 자국 내 현금 흐름에 대해 낱낱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DCEP는 현재 쑤저우ㆍ쓩안ㆍ청두ㆍ선전 4개 도시에서 DCEP 시범 운용을 하고 있다. 이중 선전과 슝안(허베이 내) 두 곳은 신고제 시범 운용 도시와 겹친다.
인민은행에 이러한 관측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인민은행은 “고액현금관리는 기존 현금 규제의 결함을 보완하고 금융서비스 효율을 높이는 게 목적인 반면, DCEP는 대중의 디지털위안 수요를 충족하고 금융 서비스의 광범위한 확산을 위한 것”이라며 “양자는 서로 무관하다”고 말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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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