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지난 15일 발생한 트위터 해킹이 계속해서 주류 언론과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로 다뤄지고 있음에도 암호화폐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아주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에서 송금 수단으로 이용된 비트코인은 뉴욕시간 17일 오후 3시 55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 대비 0.24% 오른 9151.50달러를 가리켰다.
*비트코인 최근 7일 가격과 거래량 추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해킹사건 발생 당일 불과 0.7%, 그리고 다음날인 16일 0.8% 하락하는 데 그쳤고 계속해서 범위 내 움직임을 유지했다. 이는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트위터 해킹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여 최저 수준으로 축소된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보여 준다.
암호화폐 기업 디지넥스의 세일즈 및 트레이딩 헤드 매트 불럼은 “트위터 해킹은 가격 면에서는 아무 이벤트도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트위터 해킹이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은 것과 관련, 피해 액수가 적다는 것이 일부 요인으로 지적된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해커가 올린 주소로 송금한 비트코인은 모두 약 12만달러로 현재 비트코인 시장 규모 1680억달러의 극히 일부분이다. 과거 몇몇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해킹 피해 금액과는 비교가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제네시스의 매니징 디렉터 마틴 가르시아는 코인데스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만일 해커들이 사기로 확보한 금액이 1억달러를 넘었다면 나는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해커들이 불법 입수한 비트코인을 어디에선가 명목화폐로 바꿈으로써 가격을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위터 해킹이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당장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많은 암호화폐 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에 미칠 파장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코인데스크에 의하면 이번 해킹은 비트코인에 마이너스 요인이자 플러스 요인으로 동시 작용할 전망이다.
트위터 해킹을 계기로 비트코인의 존재가 전세계적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OKEx의 최고 경영자 제이 하오는 “해킹은 용납할 수 없으며 불행한 일이지만 덕분에 비트코인이 유명해진 것은 기쁘다”며 비트코인의 보다 폭넓은 수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중앙화된 통제를 받는 트위터의 해킹을 계기로 비트코인의 분산 네트워크가 지닌 장점이 새삼 관심을 끌게 된 것과 비트코인이 해커들이 원하는 자산이라는 점이 부각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암호화폐 투자 운용사 Arca의 투자책임자 제프 도만은 코인데스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비트코인이 해커들이 원하는 가치 있는 돈의 형태라는 게 막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해커들에 송금된 비트코인의 추적 상황과 더불어 해커가 암호화폐 파생상품거래소 비트멕스의 트레이더로 보인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도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투명성을 홍보했다는 점에서 역시 플러스 요인으로 지적된다.
암호화폐 데이터 웹사이트 코인마켓캡은 16일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해커의 암호화폐 주소로 들어가는 암호화폐를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트위터 해킹을 계기로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들에 대한 규제 강화 및 사법당국의 심층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부정적으로 간주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미 해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해킹 등 범죄 사건에 자주 연루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지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으로 평가됐다. 암호화폐 리서치업체 퀀텀 이코노믹스 설립자 마티 그린스팬은 해커들이 비트코인을 선호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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