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점차 분리되는 모습이다. 국가 주도 아래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되지만 암호화폐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여기에 규제 및 과세 방안까지 구체화 되면서 업계는 시장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지 불안해 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5G, AI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이 총 동원된 한국판 뉴딜 정책에는 블록체인 기술도 포함됐다. 복지급여 중복수급 방지, 온라인 투표, 항만 작업 실시간 정보 공유 플랫폼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전면 도입한다.
정부의 주도 아래 블록체인 기술이 실생활에 접목되지만 암호화폐는 배제됐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 암호화폐가 전혀 쓰이지 않는 방식이다. 또한 토큰 이코노미가 실현될 수 있는 분야에서는 블록체인 적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는 토큰 이코노미가 없는 블록체인을 두고 진정한 블록체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제한된 인원이 통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탈중앙화의 가치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계자는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는 탈중앙화와 보상을 통한 자발적 참여에 있다”면서 “탈중앙화 없는 블록체인은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탈중앙화 블록체인의 핵심은 자발적 참여다. 그리고 자발적 참여를 위해 필요한 것이 ‘보상’이다. 블록체인은 이를 ‘암호화폐’로 지급한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당사자들이 이해관계에 의해 블록체인에 참여하고 운영한다. 참여에 의한 보상인 토큰이 필요하지 않다.
토큰과 블록체인을 분리시켜 육성하려는 정책과 함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이 계속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과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가 암호화폐 투자 시장의 이점을 없앨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FIU(금융정보분석원)는 특금법 시행령 제정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특금법은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다. 시행령 개정 절차를 감안한다면 올 3분기에는 시행령 초안이 나와야 한다. FIU는 세미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계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연관 산업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어 실제 어떻게 제정될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내년 특금법이 시행되면 대부분의 거래소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고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FIU의 판단에 의해 적합하지 못하다고 판단돼 신고가 거부된 거래소는 사실상 운영을 접게 된다. 최악의 경우 소수의 대형 거래소만 남게 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이 돈을 굴릴 장소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은 분명한 규제법으로 암호화폐 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 상황에서 진흥법이 나오긴 힘들다. 앞으로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 개편에 포함된 암호화폐 과세 방안도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기획재정부의 2020년 세법개정안이 공개됐다. 기재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소득 구분은 기타소득으로, 세율은 20%로 결정됐다. 연 250만원 이하의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개정된 세법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주식시장의 세율은 암호화폐와 같은 20%다. 다만 비과세 금액이 연 2000만원이다. 암호화폐 시장과 단순 비교했을 때 그 금액 차이가 크다. 암호화폐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더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과세 방안이 적용된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더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한다”면서 “투자금이 돌지 못하면 산업은 계속 침체될 수밖에 없다. 세제 개편이 산업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세법 개정안을 두고 주식시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해당 청원은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시장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주식시장의 과세표준과 가상자산의 과세표준을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