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기획재정부의 이번 세법 개정안을 두고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투자자들은 이번 과세안에 대해 “과거 시장을 죽여놓더니 이제는 투자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는 2020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는 2021년 10월부터 시작된다.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연 250만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투자자는 비과세 금액(250만원)을 초과한 수익에 대한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비과세 금액’과 ‘과제 시행 시기’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지목되는 주식시장의 경우 양도 차익에 대한 비과세 금액이 연 5000만원이다. 암호화폐 비과세 금액보다 20배 높다. 적용 시기 또한 2023년으로 당장 내년 시행되는 암호화폐 과세보다 늦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몰렸다. 암호화폐 시장과 주식시장의 형평성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과의 차이점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과세안은 주식시장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이번 과세에 크게 반발하는 것에는 2018년부터 시작된 암호화폐 시장 침체에 정부가 일조했다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유발하고 이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에 대해서 과세를 시작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8년 초까지 암호화폐는 크게 상승하며 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정부는 암호화폐 투자를 투기로 규정했다. 특히 법무부장관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발언은 암호화폐 가격을 폭락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 국내 거래소의 일일 암호화폐 거래량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었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과거 정부의 조치로 투자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호 조치는 없었으면서 작은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걷어가겠다는 태도는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과세 방법과 일정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절세할 수 있을지로 몰리게 됐다. 해외거래소를 이용하는 방법, OTC(장외거래)를 이용하는 방법, 세금 부과 전까지 모든 물량을 처분하는 방법 등이 이야기된다.
업계는 이번 과세안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더 음지로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기 보다는 해외 거래소 이용이 증가하고 개인 간 거래가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과세 조치로 인해 개인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해외 거래소 사용과 OTC 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합리한 과세 정책이 암호화폐 거래를 음지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