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이자 농사’로 올해 들어 화제가 됐던 디파이(Defi) 이슈가 아스카 토큰 사태로 단점이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아스카는 암호화폐 개발자 출신으로 알려진 한 한국인이 만든 일종의 거버넌스 토큰이다. 발행 이후 이 토큰은 유동성 풀에 약 100억 원의 자금이 10시간만에 모이면서 해외 커뮤니티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가격 역시 1아스카당 16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8월 3일(현지시간) 아스카 개발자가 모든 프론트 페이지를 닫고 돌연 잠적하면서 현재(오후 1시) 가격이 19달러까지 폭락한 상태다.
#”한국인 최초로 YFI 폭탄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현재까지의 취재에 따르면 아스카 개발자로 알려져 있는 장종찬(커뮤니티에서 쓰는 닉네임)씨는 20대 초반의 한국인 암호화폐 개발자다. 각종 블록체인 밋업에서도 수차례 모습을 드러냈던 것으로 확인된다.
장종찬씨가 아스카 토큰을 만들게 된 취지는 지난 7월 터진 YFI 이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YFI는 디파이 프로토콜 와이언(yEarn)의 거버넌스 토큰이다. 당시 ‘이자 농사’와 ‘제한된 공급량과 유통량’ 설정으로 가격 폭등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YFI에서 YFII 등이 포크되면서 ‘연쇄 투기’ 현상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일부 투자자는 담보에 또 다시 담보를 얹는 방식으로 이러한 프로젝트에 레버리지 투자를 하면서 디파이의 특징을 ‘극한’까지 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YFI만 해도 APY(연간 이율)이 500%에 달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디파이 시장의 현상을 파악한 장종찬씨는 그가 활동하던 커뮤니티 중 한 곳인 ‘코린이 개나리반’에 7월 후순 무렵부터 큰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토큰이 본격적으로 배포되기 직전인 8월 1일(현지시간)에는 코린이 개나리반에 “한국인 최초의 YFI 폭탄을 제대로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발행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1일 늦은 시각부터 직접 ‘asuka.finance(지금은 폐쇄)’를 오픈해 토큰까지 발행하게 된다. 토큰의 이름이 ‘아스카’인 이유는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아스카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YFI 개발자 “아스카, 흥미롭다”
지금은 폐쇄된 아스카 파이낸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스카의 총 공급량은 1만 150개이며, 이자 농사를 통해 분배되는 첫 주 유통량은 5000개였다. YFI처럼 제한된 공급량과 유통량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20달러 선을 형성하던 아스카 가격은 단숨에 1600달러까지 폭등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자 YFI의 개발자인 안드레 크론제(Andre Cronje)는 “흥미로운 클론(아스카)가 등장했다”며 아스카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디파이 투자자 사이에서 YFI는 잘 알려진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 때문에 크론제의 트윗은 해외 커뮤니티에 아스카가 바이럴되는 효과를 낳았다. 이후 아스카 유동성 풀을 835만 달러까지 확보한 장종찬씨는 코린이 개나리반을 통해 “약 100억원의 자금이 10시간만에 모였다”는 인증을 남기기도 했다.
#프론트 페이지 전부 폐쇄하고 돌연 잠적
아스카의 상승 행진은 8월 3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8월 3일 오전 4시 30분에는 “아스카가 다이(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 홀더 중 2위를 달성했다. 이 또한 약 10시간만에 달성한 성과이며, 따지고 보면 나의 시급이 10억원인 셈이다”라는 메시지를 코린이 개나리반에 다시 남기며 성과를 자랑했다. 그러나 오전 7시 30분경 돌연 모든 커뮤니티 방을 탈퇴하면서 ‘먹튀’가 불거지게 됐다. 그리고 해당 우려는 현실이 되어 오전 중으로 아스카와 관련한 모든 프론트 페이지가 닫혔다. 텔레그램 계정도 탈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1600달러에 달하던 아스카는 이 소식으로 오후 1시 기준 14달러 선으로 폭락했다.
#장종찬씨의 수익 실현 금액은?
장종찬씨의 커뮤니티 탈퇴 직후, 약 100억원에 달하는 예치 금액을 그가 모두 ‘수익 실현’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동성 풀에 모인 고점 기준 100억원에 달하는 액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지 장종찬씨 소유가 아니다. 다만 오너 키를 개발자가 가지고 있다면 유동성 풀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장종찬씨의 경우 오너 키를 스스로 태웠다. 따라서 유동성 풀 자금을 수익 실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그로우파이(Growfi) 모종우 공동창업자는 “디파이 토큰 개발자가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채널은 크게 두 가지다. 사전 채굴과 어드민(Admin) 물량이다. 다만 정확한 수익 실현 금액을 알려면 콘트랙트를 일일이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아스카의 경우 사전 채굴 물량 1000개를 스스로 소각했기 때문에 어드민 물량에서 수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디파이 관계자들은 장종찬씨에게 할당돼 있던 어드민 물량 약 40개를 실질적 수익 실현 금액으로 추측하고 있다. 40아스카는 고점 1600달러 기준 약 7630만원이다.
#자금 묶여있는 투자자들…탈출 가능할까
갑작스럽게 프론트 페이지가 모두 닫혀 유동성 풀에 자금을 예치해놨던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모종우 공동창업자는 “프론트 페이지가 모두 폐쇄됐더라도 이더스캔에 메타마스크를 직접 연결하는 방법으로 인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페이지 폐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동성 풀 자금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다. 또한 2일 저녁 그가 디파이 코리아 방에 돌연 에어드랍을 선언한 까닭에 대해서는 “단순 아스카 마케팅을 위해 에어드랍을 홍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디파이 코리아는 한국 디파이 정보 공유와 관련해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커뮤니티다.
한편 탈중앙 금융이라는 디파이의 특성상, 이번 사태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히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장종찬씨는 일이 잘못되더라도 자신은 책임이 없음을 밝히는 ‘면책조항’을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관련 법률 부재와 면책조항과는 상관없이 먹튀 프로젝트에 처벌을 가한 사례는 현재도 많다. 이에 대해 한 암호화폐 관계자는 “그가 직접적인 유사수신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돌연 프론트 페이지를 닫고 물량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행위 등은 충분히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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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