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신원증명(DID)은 어디서든 같은 방식으로 내가 나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가 기업 등 중앙화된 기관이 아닌 자기 자신이다. 기존 시스템에서 기업 홈페이지에 ID를 만들면 그 ID는 홈페이지에 종속돼 있다. 해당 사이트와 연계된 곳이 아니라면 ID를 다른 데서 이용할 수 없다. 반면 DID는 특정 기관에 소속돼 있지 않다. 탈중앙화된 성격을 지니고 있다. DID가 활성화되면 사용자는 발급된 DID 하나만으로 여러 기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DID가 구현되려면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DID에 신뢰를 부여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용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DID 연합체가 탄생한 배경이다. 국내에는 4개 그룹이 있다. DID얼라이언스, 마이아이디얼라이언스, 이니셜DID연합, 마이키핀얼라이언스 등이다. 지난 달 16일 정부는 이들 연합체와 협력해 ‘민관 합동 DID 협의체’를 출범하기도 했다. 연합체 별 특징을 분석했다.
“DID 네트워크 간 신뢰 구축한다” DID 얼라이언스
DID 얼라이언스는 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이사와 라메시 케사누팔리(Ramesh Kesanupalli) FIDO 얼라이언스 설립자가 공동으로 창립했다. BC카드, 롯데카드, 하나은행, 삼성SDS, LG CNS 등 국내외 약 80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DID 얼라이언스는 라온시큐어 DID 플랫폼 ‘옴니원(OmniOne)’을 기반으로 회원 사와 협력해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옴니원 메인넷은 지난 달 15일 출시됐다. 라온시큐어는 옴니원을 활용해 경상남도 모바일 도민카드, 세종시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등 정부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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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 얼라이언스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옴니원 상용화가 아니다. DID 얼라이언스 관계자는 “DID 네트워크 간 기술 및 서비스 모델의 상호 호환성 마련이 연합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외 기업 및 기관과 테크니컬 워킹 그룹을 만들어 실증사업(PoC)을 진행 중이다. DID 네트워크 간 신뢰 프레임워크 구축, 네트워크 간 인증 및 증명서 검증, 이용 시나리오 개선 등의 작업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계 은행 한 곳도 여기에 합류했다.
DID얼라이언스 관계자는 “회계, 세무 및 법적 이슈 등 서비스 모델 표준화 작업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 워킹 그룹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본인인증, 마이데이터, 자격인증 등 3개 분과를 출범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첫 상용화 곧 나온다”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 아이콘루프가 이끄는 DID 연합체다.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삼성증권, 삼성전자 등 68개 파트너사가 여기에 속해 있다. 마이아이디는 아이콘루프 DID 플랫폼이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됐다.
그간 아이콘루프는 제도권 내에서 사용 가능한 유일한 DID 서비스란 점을 마이아이디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지난 달 금융위는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며 DID 등으로 금융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여타 DID 서비스도 제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이 때문에 마이아이디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아이콘루프 관계자는 “금융위 발표는 DID 기술을 통한 신원인증 방식을 금융 인증의 제도권 내로 편입하겠다는 의미이기에 오히려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마이아이디는 “DID 연합체 서비스 중 시중은행 첫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아이디 서비스는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에 도입될 예정이다. 그는 “서비스는 8월 중 출시 예정”이라며 “현재 개발은 거의 완료된 상태이고, 유관 파트너와 출시 관련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마이아이디를 적용할 파트너를 추가로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통신3사가 힘을 합쳤다…이니셜 DID 연합
이니셜 DID 연합은 SK텔레콤이 주도한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추진하는 ‘2019 블록체인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로 연합체를 만들었다.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 등이 합류했다.
지난 4월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이니셜’을 내놨다. 이니셜은 구글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한달 뒤인 5월엔 삼성전자와 협력해 이니셜을 선탑재한 5세대(5G) 스마트폰 ‘갤럭시A퀀텀’을 출시했다. 양자난수생성칩셋을 이용해 이니셜 암호키 보안을 강화했다.
지난 달엔 이니셜 앱에 ‘이니셜 휴대폰 보험 보상서비스’를 추가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종이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휴대폰 보험 보상 신청 및 처리가 가능하다. 고객은 휴대폰 서비스센터로부터 수리 명세서와 영수증을 전자 증명서 형태로 이니셜 앱을 통해 발급받는다. 발급된 증명서를 앱에서 바로 보험사로 전송해 보험심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삼성서비스센터와 연결돼 있다. SKT는 앞으로 타 제조사와도 협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니셜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선 대학교 졸업증명서 발급, 대학교 졸업증명서 제출, 우리은행·KEB하나은행 고객등급증명서 발급 및 제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블록체인 기반 리워드 포인트인 SKON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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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이니셜 앱에서 발급가능한 서비스는 수리비 영수증 및 내역서와 출입권한 증명, 모바일 가입증명 3개다. 이니셜은 증명서를 발행하고자 하는 발행기관이나 증명서를 검증하고 싶은 수취 기관에 SDK를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앱 출시는 제일 먼저…마이키핀 얼라이언스
마이키핀 얼라이언스는 지난 4월 코인플러그가 출범한 연합체다. 마이키핀 얼라이언스에 등록된 회원사는 47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매직에코, PSI컨설팅, 실시간 인력중개 플랫폼 잡앤파트너 등이 속해 있다. 국내 4개 DID 연합체 가운데 가장 늦게 출범했지만 서비스는 제일 먼저 내놨다. 코인플러그는 “여타 컨소시엄은 대기업 중심으로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권에 집중하고 있다”며 “마이키핀 얼라이언스는 국내외 게임, 미디어, 정부·비정부조직, 부산 블록체인 특구, 교육, 건설, 자율주행, 인사, IoT, AI인프라,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 등 다양한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키핀얼라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산 블록체인 체험앱, 영상제보앱 등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엔 인공지능(AI) 얼굴 및 영상인식 전문기업 씨유박스와 DID 사업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관계자는 “비대면 인증수단으로 안면인식을 이용한 서비스를 상용화해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입하려고 (씨유박스와) 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 DID연합체와 플랫폼을 연동하는 방안은 아직 논의 단계”라며 “4대 얼라이언스 연합체의 DID 표준화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나 구체적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디센터 도예리 기자
https://www.decenter.kr/NewsView/1Z6H2GUKVV
※디센터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