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얌파이낸스
[소냐’s B노트] 우리 앞에 고수익 고위험 금융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막 출시된 터라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득달같이 몰려듭니다. 심지어 유명 인사까지 상품을 구매한 뒤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나도 얼른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자칫 돈을 날릴 위험성이 큰 데도 말이죠.
투자 세계에서 이런 일은 흔합니다. 단기간 내 버블이 생긴 신생 분야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크립토 시장에선 디파이(Defiㆍ탈중앙화 금융)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업계가 디파이 붐에 온통 휩쓸려 있는 현 시점에선 검증보단 당장의 고수익에 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얌 파이낸스(Yam Finance)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디파이 열풍의 장본인인 컴파운드처럼 얌도 이자농사를 하는 프로토콜입니다. COMP, LODE, LINK, MKR, SNX, WETH, YFI, ETH/AMPL Uniswap v2 LP 등 요새 핫한 토큰들을 스테이킹 풀에 넣어두면 얌 토큰을 덤으로 줍니다. 특히 얌은 앰플포스(Ampleforth)의 탄력적인 공급 메커니즘을 본떠, 얌 토큰 가격이 1달러보다 높으면 내부 프로토콜을 통해 공급량을 줄이거나 늘리는 식의 자동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리베이스)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리베이스는 12시간마다 진행됩니다. 또한 공급 인플레이션의 10%를 yCRV(달러로 계산되는 고수익 스테이블코인) 토큰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며, 이는 얌 자금풀에 보관합니다.
#디파이 붐 속에 탄생한 얌
얌 토큰의 총 발행량은 500만개이며 약 한 달이 걸쳐 모든 물량이 분배됩니다. 12일 새벽 첫 얌 토큰 분배가 이뤄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8개 토큰의 스테이킹 풀에 각각 25만개씩 총 200만 개 얌이 7일에 걸쳐 분배되는 일정입니다. 13일 새벽에는 2차 분배가 진행됐습니다. 이번엔 총 300만개 얌이 분배되는데 첫 주에만 150만개가 풀리고 그후 매주 50% 감소된 물량이 순차로 분배될 계획이었습니다.
이 소식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첫 토큰 분배를 시작한 지 불과 1시간 만에 7600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스테이킹 풀에 예치됐습니다. 이튿날인 13일엔 7억달러 이상이 모였습니다. 얌 토큰 가격은 한때 18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도 잠시, 얌 프로토콜에 결함이 발생했고 개발 팀이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자 얌 가격은 한 자릿수로 추락하고 맙니다. 19일 현재 0.49달러로 고점 대비 99% 이상 하락한 상태입니다.
#3일천하로 끝난 얌, 대체 무슨 일이?
디파이는 인위적 개입을 없애는 대신, 스마트 컨트랙트가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합니다. 코드로만 짜여져 있기 때문에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늘 존재합니다. 얌도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결함이 발생했습니다. 8월 13일 얌 커뮤니티는 리베이스 조정 시 대량의 yCRV가 생성되는 결함이 발견돼 온체인 거버넌스가 마비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얌 커뮤니티는 “자금은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며 얌 토큰 보유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결함 보수를 위한 긴급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토큰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토큰 보유자들은 총 30만개 이상 얌 토큰을 맡기며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랐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얌은 트위터를 통해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업계는 당혹해했습니다. 얌의 토큰 분배로부터 실패를 선언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순식간에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환희를 맛봤던 투자자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사흘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얌은 마이그레이션을 통해 얌 2.0을 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YAMv1 보유자들은 소각을 통해 YAMv2 토큰으로 스왑할 수 있습니다. 마이그레이션 컨트랙트 기한은 최대 72시간입니다. 얌이 내놓은 솔루션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봐야 합니다.
#누가 투자자들을 혹하게 했나
얌 입장에선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습니다. 초기부터 스스로를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 코드를 섞은 실험성 프로젝트”라고 부르며 “어떠한 감사도 거치지 않았다”고 투자자들에게 미리 주의를 준 점입니다. 그럼에도 업계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목적을 불문하고 완전히 무모한 프로젝트”라며 “토큰 보유자들이 다른 희생자에게 본인의 짐을 넘기도록 짜여진 폰지 사기와 다름없다”고 지탄했습니다. 로버트 레스너 컴파운드 최고경영자(CEO)도 “얌은 비표준 ERC-20 모델을 채택하고 있어 보안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고는 업계가 디파이 열풍에 휩싸인 터라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유명 인사까지 나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세계 최대 마진 거래소 비트멕스의 아서 헤이스(Arthur Haye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위터에서 얌 토큰을 받은 인증샷을 올리고는 “나도 이제 농부다. 디파이 불마켓, 영원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디앱(DAap) 정보 플랫폼 디앱닷컴 팀은 “커뮤니티 핵심 구성원들이 거버넌스 통치권을 적극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한’ 분배 모델”이라며 얌을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까지 적극 나서니 투자자들은 분별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업계 블로거는 “내가 실제 존경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얌 토큰을 홍보하는 데 대해 혐오감을 느낀다”며 맹비난했습니다.
#디파이가 밈(MEME)이 될 때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엔 컨센시스 개발자 조단 리알(Jordan Lyall)이 트위터에 ‘더 디제너레이터(The Degenerator)’라는 가상의 디파이 프로젝트를 공유하며 “5분 내 새 디파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순전히 농담조로 얘기한 건데, 수 시간 뒤 실제로 누군가가 Denegerator(MEME)라는 ‘밈코인’을 발행했습니다. 밈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게코에 상장돼 최대 40달러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DeFi Dude라는 트위터 계정은 “제발 그만 사라. 그렇지 않으면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경고를 보냈습니다.
밈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mimeme’과 유전자 ‘gene’이 결합한 신조어로 마치 유전자처럼 다른 사람에게 복제되고 전달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디파이에도 밈 현상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슷한 내용의 프로토콜이 복제돼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중엔 얌처럼 검증 안 된 실험성 프로젝트도, 누군가가 가볍게 던진 농담에서 비롯된 부실 프로젝트도 상당수 섞여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를 분별하는 건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입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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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