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파원]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이 향후 연준 목표치를 일부 초과하더라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오전 잭슨홀 중앙은행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연준이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금까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2%로 유지한다는 목표 하에 통화정책을 펼쳐왔다.
연준의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 도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일정 기간 2% 아래 머문 뒤 2%를 조금 넘어설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이는 지금 보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더라도 연준이 경기 부양을 가속화하기 위해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비트코인 지난 24시간 가격과 거래량 추이
CNBC 방송의 논평가 짐 크레이머는 이날 파월의 연설에 대해 “파월은 황소들 편에 섰다”면서 그는 사람들에게 “경제를 살려라. 나는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를 보다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입장은 주식 등 위험자산과 금, 은, 비트코인 등 인플레이션 헤지용 자산에 긍정적이다. 반면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실제로 올해 주식과 비트코인 등 자산 가치가 크게 오르고 달러가 하락한 것도 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통화공급 확대가 주 요인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많은 암호화폐 시장 관계자들은 연준이 이번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정책을 변경할 경우 최근 정체 양상을 보여온 비트코인이 강력한 모멘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정책 변경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단기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 연준의 정책 변경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으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당분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이날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 반짝 상승 랠리를 펼치며 1만1500달러를 넘어선 뒤 하락세로 전환됐다. 반면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파월 연설 직후 하락세를 보이다 반등했다.
경제 전문 포브스는 앞서 달러 움직임과 관련, 달러지수는 단기 차트에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장기 차트에선 바닥을 찍은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코넬 대학 컴퓨터학교 교수 에민 귄 지러는 증시는 모든 전통적 기준에서 고평가 됐으며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파월 연설 이후 비트코인의 하락이 말해주듯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는 달러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뉴욕 시간 27일 오후 3시 47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 대비 1.81% 내린 1만1283.12달러를 가리켰다. 이는 파월의 잭슨홀 연설 이전 가격 보다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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