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한 곳인 건설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DCEP) 지갑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공개했다. 은행 모바일 앱에 탑재된 해당 지갑은 가입만 하면 충전, 송금 등 실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측은 테스트 목적으로 잠시 개방한 것뿐이며, 현재 다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지갑으로 전송한 금액은 다시 은행계좌로 환급된 상태다.
#DCEP 지갑, 충전ㆍ송금 등 가능해
8월 29일 건설은행이 인민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DCEPㆍ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의 지갑 서비스를 은행 앱을 통해 일시적으로 선보였다. 이용자가 성명, 신분증 번호,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지갑이 즉각 개통됐다. 지갑은 이용자의 은행 계좌와 연동되며 은행카드처럼 16개 숫자가 부여된다. 지갑 서비스 상단 메뉴에는 지불ㆍ수납ㆍQR코드 스캔ㆍ송금 등 4가지 항목이 나열돼 있다.
이용 방침에 따르면 지갑 이용자는 제공된 정보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은 은행에 직접 방문해 지갑을 개통할 경우에 해당하며 이용 금액 한도가 다른 등급에 비해 크다. 이번에 공개된 앱 서비스에선 2~4등급만 부여받을 수 있었는데 이중 2등급은 1만위안(약 170만원)까지 보유할 수 있고 거래당 이용 한도는 5000위안, 연간 누적금액 한도는 30만위안이다. 3등급은 2000만위안까지 보유 가능하고 거래당 이용 한도와 연간 누적금액 한도는 각각 2000만위안, 5만위안이다. 최하 등급인 4등급은 1000위안까지 보유 가능하며 거래당 이용 한도와 연간 누적금액 한도는 각각 500만위안, 1만위안으로 제한된다.
개인 이용자는 단 1개의 지갑만 개설할 수 있다. 1등급의 한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등급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아 상당수 이용자들이 대면 개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써보니… 모바일뱅킹과 차이 없어
지갑을 이용해 직접 송금해본 이용자는 현지 매체에 “수신자의 이름이나 지갑명, 휴대전화 번호 중 두 가지 정보만 있으면 손쉽게 송금이 됐고, 속도도 빨랐다”며 “(알리페이 등) 기존 모바일뱅킹을 이용할 때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건설은행은 지갑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서비스를 닫았다. 은행 관계자는 “일부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개한 것이며, 이제 테스트가 끝났기 때문에 서비스를 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지갑을 개설하고 송금을 한 이용자의 경우, 해당 송금은 자동 취소 처리됐으며 충전한 돈도 은행계좌로 반환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현재 테스트 중… 인프라 구축 오래 걸리나
현재 DCEP는 선전ㆍ쑤저우ㆍ슝안ㆍ청두 4개 도시와 추가로 동계올림픽 예정지에서 폐쇄적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중 쑤저우는 일부 공무원 임금 중 일부를 DCEP로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며 슝안에선 맥도날드, 서브웨이 등 19개 업체에서 DCEP를 시범 도입한 상태다.
하지만 DCEP 정식 발행 시기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쑨궈펑 인민은행 화폐정책 부문 총괄은 25일 “DCEP는 내부 테스트 단계를 거치고 있으며 언제 출시될 지 아직은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DCEP 인프라가 중국 전역에 구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컴퓨터학회 블록체인 전문위원회의 샤핑 위원은 “디지털화폐가 업계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진 지갑 기능 면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인프라 구축에는 짧게는 3년, 혹은 5년 이상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인디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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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