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제도권 규제 이슈가 재조명되고 있다. 대표적인 중앙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인 USDC(Centre)·USDT(Tether)·PAX(Paxos)·TrueUSD(TrustToken)의 경우, 이미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이하 핀센)에게 의심스러운 거래 정황을 보고하면서 블랙리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스테이블코인 규제 움직임은 있었다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의 검열은 블록체인 탈중앙화 정신을 생각했을 때 의외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시행돼 왔다. 스테이블코인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는 USDT는 지난 2017년 이후 최소 39개의 이더리움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4월에는 456만 달러를 소유한 특정 이더리움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하기도 했다. USDC의 경우, 지난 7월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주소에 보관돼 있던 1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각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체 시스템을 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러나 그 뒤에 있는 핀센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의심 거래 정황 및 현금 서비스 업체(MSB) 단속은 핀센이 맡고 있다. 미국은 화폐를 송금하거나 특정 자산을 화폐로 교환하는 업체들을 모두 MSB로 규정하고 있다. MSB에 속한 사업자들은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인증제도(KYC)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스테이블코인 프레젝트들은 제도권의 규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USDC, 핀센 규제 따른다..자체 거버넌스 갖추고 있어
USDC는 주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가운데 핀센의 영향력이 가장 많이 미치는 곳이다. USDC를 기획한 회사가 미국 소재의 서클(Circle)이기 때문이다. USDC는 현재 자체 컨소시움인 센트레(Centre)가 발행을 담당하고 있다. 센트레는 USDC 시스템 내에 의심 거래가 포착되면 센트레 제레미 알레어 CEO(최고경영자)·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 다나 와그너 CLO(최고법률책임자)·코인베이스 알레시아 하스 CFO(최고재무책임자) 3명으로 구성된 경영진이 투표를 진행한다. 여기서 과반수 찬성이 이뤄지면 해당 주소는 블랙리스트로 등록된다. 이에 대해 센트레 측은 “지난 7월 블랙리스트 자금 동결은 규제권의 요청에 따라 처리됐다. 우리는 USDC 네트워크에 보안·무결성·신뢰성이 위협을 받을 경우에만 블랙리스트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핀센의 관할권 안에서 규제 요청이 들어오면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통제력 불투명한 테더도 핀센 영향 받는다
반면 USDT를 만든 테더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USDC와는 달리 규제 통제력이 불투명한 편이다. 이에 대해 테더 측은 “의심 거래 정황이 발견될 경우 핀센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테더는 의심 거래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고 관련 주소를 동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규제권이 관련 조치를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테더사는 지속적으로 불거진 의혹에 의해 핀센으로부터 별도의 규제를 받고 있다. 또한 테더사가 예외를 두지 않는 한, 미국인들은 테더를 이용하는 게 기술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그 기술적 금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각종 개인지갑과 거래소 등을 통해 USDT가 미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팍소스, 동결을 넘어 압수까지 가능하다
팍소스는 앞선 두 프로젝트에 비해 제재 조치가 강력한 편이다. 블랙리스트 및 동결 조치는 물론 압수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다만 팍소스 측은 “우리는 (특정 제재에 대한) 결정권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규제권이 관련 조치를 요구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의 재산을 압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루USD, 규제권이 구체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이상 자율 운영
마지막 주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인 트루USD는 “규제권이 구체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규제 관련 이슈에 최소한의 대응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트루USD 측은 “트러스트토큰은 전체적인 거래 동향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법적 대상이 아닌 이상 특정 주소에 제재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 만약 의심 거래 정황이 발견되면 자사 감사 시스템을 활용해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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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