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커’s Crypto Story] 코인제스트의 출금 서비스 중단 소식이 어느덧 1년을 넘겼습니다. 코인제스트는 2018년 설립 당시 한빛소프트와 모다가 투자를 실시해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인데요. 이후 코즈와 같은 ‘채굴형 거래소 코인’을 발행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점유하기도 했습니다. 전성기에는 하루 거래량 기준으로 국내 거래소 1위를 잠시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채굴형 거래소 코인의 특성상 지속가능한 운영이 어렵게 되자, 잡음 끝에 2019년 8월 출금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주요 암호화폐 뿐만 아니라 원화 출금까지 막았다는 점이 특징이었죠.
문제는 당시 “점검이 완료되면 출금 서비스를 풀겠다”는 공지가 무색하게 원화 출금이 1년 넘게 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원화를 토큰으로 바꾸는 유례없는 조치를 2020년 3월에 단행하기는 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다운사이징(서버 규모 축소)을 공지하면서 거래소가 사라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현재 코인제스트는 다운사이징의 여파로 온라인 고객센터만 이용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 피해를 입은 코인제스트 이용자들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코인제스트 1차 단체 소송에 참여 중인 고소인 A씨와 담당 변호사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원화 출금에 차용증 쓰게 했다?
표면적으로 가장 화제가 됐던 코인제스트 이슈는 출금 정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원화 출금 정지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처음에는 긴급 점검 문제로 출금을 중단했고, 사태가 장기화되자 타 업체 자금 대여 및 세금 미납 문제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기약 없는 원화 출금에 불안해진 코인제스트 이용자들은 그나마 열려있는 암호화폐를 매수해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출금 가능한 대표적 암호화폐 중 하나가 XRP였는데요. 출금 가능한 코인의 수요 폭등으로 XRP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2019년 11월초 XRP의 국제 시세는 약 340원이었지만, 코인제스트에서 XRP는 약 1000원에 거래됐습니다.
이어서 지난 3월에는 원화와 1:1 가치를 가지는 코즈S를 발행해 기존 원화와 스왑을 시도했습니다. 발행 직전 과반수 찬성 조건으로 원화·코즈S 토큰 스왑 설문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 과정에서 설문 기간 내 미참여시 토큰 스왑에 자동 찬성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넣어 큰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고소인 A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화 출금 이슈 내막에는 차용증 작성 회유 시도도 있었다고 합니다. 원화 출금 정지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지자, 원화를 가진 고객들을 회유해서 차용증을 받아냈다는 것입니다. 원래 차용증은 돈을 빌린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 사이에서 작성되는 문서입니다. 차용증에 명시된 변제 기간 등의 내용은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되죠. 문제는 차용증을 쓰게 되면 변제 기간 동안 채무자(돈을 빌린 사람)에게 법률적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피해자들은 “코인제스트가 당장의 원화 유출을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해 차용증 작성을 유도했다”는 견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코인제스트 1차 단체 소송을 맡은 모음법률사무소 장민아 변호사는 “1차 단체 소송의 경우 4~5월 무렵부터 피해자 고소 의견이 모였다. 해당 시점에 차용증을 쓴 피해자들은 법률적으로 변제 기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1차 단체 소송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A씨에 따르면 변제 기한이 2020년 6월 30일로 설정돼 있어 지금은 차용증을 썼던 피해자들도 추가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즈S 사태 이후…”떡볶이 구매에 쓸 수 있었다”
코즈S 사태 이후의 운영 논란 때문에 고소를 결심했다는 의견도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됐습니다. 코즈S 프로젝트 발표 당시 코인제스트 측은 “원화와 1:1 가치를 가진 코즈S를 실생활에서 사용되게 만들어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원화 출금은 허용할 수 없지만, 스왑한 코즈S를 실생활에 접목해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원화 출금을 왜 막은 거냐는 피해자들의 분노가 빗발쳤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Y분식집과의 파트너십은 피해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Y분식집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전체 금액의 50%까지 코즈S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커뮤니티 피해자는 “내가 입금했던 원화로 평생 떡볶이만 먹고 살라는 의미인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코즈S를 이용한 실생활 협업 서비스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인디 취재 결과 Y분식집과의 명목상 파트너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Y분식집의 한 관계자는 “코즈S를 결제 수단 중 하나로 받기는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쪽 이용자로부터 거래소에 접속이 안된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며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출금 막혔는데 거래소 이체 정황 발견돼”
이어서 A씨는 출금 정지 이후에 거래소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정황이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코인제스트는 다운사이징 이슈로 인한 거래소 폐쇄 이전에도 원화 및 대형 암호화폐(비트코인·이더리움) 출금 정지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해당 출금 정지 화폐들은 출금 기록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A씨가 제시한 이더리움 및 비트코인 지갑 주소에는 출금 정지 이후에도 출금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A씨는 “코인제스트는 이미 2019년 1월 3일자 공지로 출금한도를 1일 1비트코인·30이더리움으로 제한한 바 있다. 이때에도 1비트와 30이더리움을 초과하는 출금 내역이 존재한다. 한번에 약 1888이더리움이 출금된 기록도 있다. 현재 해당 지갑들의 비트코인·이더리움 잔액은 0이다”라며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조인디는 해당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여러 경로로 코인제스트 전종희 대표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결국 연결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한빛소프트가 2018년 발행한 브릴라이트 코인의 경우, ICO(암호화폐공개) 당시 5000만불의 자금을 확보한 뒤 코인제스트에 상장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코인제스트의 출금 정지 이슈가 터진 뒤 브릴라이트의 거래가 막혔다. 한빛소프트를 믿고 코인제스트에서 브릴라이트를 매수한 사람들은 거래도 못한 상태로 가격이 7원까지 주저앉는 걸 지켜봐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릴라이트의 ICO 가격은 200원이었습니다. ICO 대비 약 -97%가 하락한 셈입니다. A씨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한빛소프트가 면책될 수 없다는 뜻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빛소프트는 지난해 12월 홍콩법인을 통해 설립했던 자회사 브릴라이트의 지분과 코인제스트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송 핵심 쟁점은?…”피해 집계, 이제 시작 단계”
그렇다면 코인제스트 단체 소송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 될까요. 이에 대해 장민아 변호사는 “크게 3가지 쟁점으로 단체 소송이 진행될 전망이다. 첫 번째로는 원화 출금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배임 혐의, 두 번째로는 출금 정지 이후 코인제스트 측에서 자산을 임의로 이체한 정황을 사전자 기록 위작으로 보고 소송이 들어갔다. 세 번째는 코즈S 스왑 당시 설문 미참여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동의 처리한 부분이다. 이는 컴퓨터사용사기죄로 고소장이 접수됐다. 또한 한빛소프트 관련해서는 브릴라이트 코인 공모 과정이 적법했는지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고소가 들어간 상황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고소인 보충진술까지 진행이 된 상태이며, 구체적인 소송 일정은 향후 정해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A씨는 “지금까지 1차 단체 소송 80명, 2차 단체 소송 60명이 확정된 상태다. 이들의 피해 금액만 약 20억원이다. 차용증 변제 기간 마감으로 3차 단체 소송 움직임 및 개별 고소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피해액수는 더욱 커질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앞서 2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올스타빗의 김성원 전 대표가 자금 2000억원 편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요. 코인제스트의 경우 어떤 식으로 재판이 이뤄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빛소프트도 면책될 수 없어…ICO로 5000만 달러 모았다”
A씨는 코인제스트 이슈가 코인제스트만의 일로 끝나선 안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코인제스트가 IEO(거래소코인공개)를 진행한 많은 프로젝트들이 일방적인 거래 중지 상황에 직면해 자산가치가 0이 됐고, 이 과정에서 이 코인들의 출금도 막혔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래쉬풀이나 스타코인과 같은 IEO 코인은 주소지가 제스트 전자와 같은 건물에 있어 자작극 의혹도 불거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코인제스트의 투자사였던 한빛소프트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한빛소프트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코인제스트의 총자산은 191억원, 당기 순손실 5750만원을 기록했다. 코인제스트는 2019년 6월부터 출금 자체를 계속 막아왔기 때문에 이후 191억의 자산 및 고객 자금이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의문이다”라며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코인제스트가 한빛소프트를 비롯한 투자사들에게 거래소 자산이 아닌 고객 돈으로 배당을 했다면, 이 역시 횡령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조인디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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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