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며 가짜 회원 계정을 만들어 약 1,500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송치형 두나무 의장의 항소심 절차가 시작됐다. 항소심에선 코미드, 코인네스트, 한국블록체인거래소 등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사건과 업비트 사건의 차이점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비트 운영진 3명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이 시작되기 전 검사와 변호인이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기에 송 의장을 포함한 운영진 3명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ID8에 입력된 숫자와 거래 발생 시 보유하고 있었던 비트코인 양 일치해야…아니면 허위입력”
업비트 운영진 3명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숫자 ‘8’이란 ID를 만들고 전산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ID에 1,221억 원 규모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미고 가짜 거래를 지속해 실제 회원의 거래를 유도한 혐의로 2018년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ID8에 입력된 전자정보는 주문 한도로 기능했다는 업비트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이날 “ID8에 입력한 숫자는 허위충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거래가 이뤄지는 시점에 수치에 해당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는 허위 입력이고,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변호인단은 “검찰 공소사실 핵심은 두나무가 회원들에게 보유하지 않은 비트코인을 매도했기에 사기이고, 허위로 포인트를 입력했기에 사전자기록 위작이라는 것이다”며 “그러나 당시 두나무는 검찰이 주장하는 거래량보다 훨씬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고, 투자 받은 금액도 130억원이 넘는다”고 반박했다. ID8에 입력된 수치보다 많은 비트코인과 원화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범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업비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거래 시점 전후로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었는지는 주요 쟁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기간 동안 두나무가 얼마나 비트코인을 보유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거래가 체결되는 시점에 그에 상응하는 비트코인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변호인단은 “당시 업비트 출범 초기라 과거 특정 시점에 각 계정 별 자산이 얼마인지는 확인이 안 된다”며 “역 추산해서 만든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 “코미드·코인네스트·한국블록체인거래소 사건과 업비트 사건 차이점 설명 필요”
재판부는 코미드, 코인네스트, 한국블록체인거래소와 업비트 사건의 차이점을 검찰과 변호인에게 여러 차례 물었지만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재판부는 특히 한국블록체인거래소와 이번 사건이 유사하다고 봤다. 한국블록체인거래소 대표는 전산을 조작해 허위로 암호화폐를 충전한 혐의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의견을 들은 뒤 같은 쟁점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릴지 그것과 상관 없이 이 사건 본격 심리를 시작할지 결정하겠다”며 오는 11월 20일 열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차이점을 면밀히 분석해 올 것을 요구했다.
한편, 검찰은 비트코인 매도 관련 수수료와 거래금액으로 잡은 편취 금액을 다른 암호화폐까지 포함해 계산하는 것으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센터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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