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트렌드를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특정 이슈에 대해서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언급이 되는지 또는 미디어에서 관련된 기사나 컨텐츠들이 얼마나 자주 업로드 되는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중에 하나는 실제로 ‘자금’이 흘러가는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어떠한 가치가 있는 서비스/상품을 제공하는 곳에, 어느 정도 규모의 금액이 모일 수 있는지가 시장의 관심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투자를 척도로 해서 살펴본 가상자산의 2020년 3분기 가장 관심을 받았던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바로 ‘디파이 (DeFi)’ 입니다. 은행과 같은 중앙화 된 기관이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으로 운영되는 금융서비스를 뜻하는 디파이는 올 여름부터 가상자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으며 그 위력은 투자 현황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Xangle 리서치 팀에서 조사한 3분기 주요 투자 관련 소식은 총 36건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퍼블릭 토큰 세일을 통한 투자 건은 제외되었습니다. 또한 해당 기간에 있었던 투자 가운데 프로젝트 또는 미디어를 통해 세부 내용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며 시장에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들을 선별했습니다. 디파이와 관련된 투자는 총 23건으로 64%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탈중앙화 거래소(DEX)와 관련된 투자 건이 6건으로 17%, 그 외 파생상품, NFT, 정보기반 플랫폼 등의 소식이 나머지 19%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시장에서 주목 받았던 투자의 대부분이 결국 디파이와 덱스 관련된 것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 관련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하게 디파이 프로젝트에 직접적으로 투자했다기보다는, 디파이 생태계 성장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가 있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IOST나 TRON과 같은 주요 메인넷 프로젝트에서는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유도전망한 디파이 디앱들을 지원할 수 있는 펀드를 출시하였으며,
2) 디파이 자산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Zapper는 여러 VC들과 코인게코 등으로부터 1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Zapper는 지난 9월 중순, 후오비의 디파이 얼라이언스의 신규회원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Zapper는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을 한번에 모아서 처리할 수 있고, 간단한 UX/UI와 뛰어난 시각화가 장점인 서비스입니다.
3) 디파이 리스크 매니지먼트 관련 개발툴 관련프로젝트인 Cozy Finance도 크립토 VC들로부터 2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로는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 상의 위험과 관련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NXM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디파이로 인해 탈중앙화 거래소 (DEX) 역시 고속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중앙화 된 기관 없이 운영되며,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오더북 기반이 아니라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자동화된 마켓메이킹을 통해 거래가 체결되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며 기존의 유동성 확보 문제를 일부 해결한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 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유동성을 제공하는 참여자들에게 보상으로 거버넌스 토큰을 제공하면서 이자 농사라는 투자전략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되었고, 탈중앙화 거래소 역시 이를 차용하여 이용자들에게 마찬가지로 거버넌스 토큰을 제공하면서 토큰의 가격은 물론 거래량과 예치금의 성장 역시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하였습니다.
4) 가장 대표적인 탈중앙화 거래소인 Uniswap은 8월 6일에 1,1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Uniswap은 지난 9월 17일, 거버넌스 토큰 UNI를 발행하였는데, 발행 당일 바이낸스, 후오비 및 대부분의 중앙화 된 거래소에 연이어 상장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사용자들에게 일부 물량을 에어드랍을 진행하였고, 이로 인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거래 수수료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다시 한번 디파이와 덱스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 대표적인 덱스 애그리게이터 (aggergator) 인 1inch 역시 바이낸스 랩스의 주도 하에 28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1inch는 다양한 거래소의 유동성을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공급받는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분산형 거래소로. Uniswap, Kyber 네트워크 밸랜서 등 덱스를 통합해 지원하며, 여러 탈중앙화 거래소에 있는 단일 거래를 각각 분할해 사용자 거래를 최적화하는 모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바이낸스가 투자에 참여했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며, 마찬가지로 앞으로 이어질 다양한 거래소 간의 경쟁구도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디파이의 성장으로 인해 대체불가능토큰 (NFT, Non-Fungible Token)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번 3분기 투자 건수로 본다면 디파이가 가장 많았지만, 가장 큰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프로젝트는 1,200만 달러를 모금한 Dapper Labs입니다. 크립토 키티 개발사로 잘 알려진 Dapper Labs는 디지털 수집품을 지원하는 소비자 중심의 플로우 블록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NBA 스타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번 라운드를 통해 기존에 발표된 닥터수스 엔터프라이즈, 워너뮤직, UFC와의 협업을 지원하기 위해 플로우 블록체인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9월 들어서는 디파이 토큰들의 가격들이 크게 조정을 받았습니다. 7월과 8월 내내 가격 급등이 이어졌던데다, 비트코인은 물론 국내외 증시 마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방향성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다양한 참여자들이 크고작은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기에, 향후 디파이는 물론 가상자산 업계의 점진적인 성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해 볼만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