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동안 암호화폐 관련 업체들이 비트코인 개발자와 네트워크를 위해 약 346만 달러를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비트코인은 회사나 CEO(최고경영자)가 없어 후원에 따른 실질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이 비트코인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트코인이 죽으면 암호화폐 사업자도 죽는다
현재 비트코인 개발은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들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처럼 개발자를 정식 채용하고 월급을 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암호화폐 기업들의 후원금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비트코인 개발자와 네트워크를 위한 후원으로 각 암호화폐 업체가 실익을 얻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초기 지분이나 코인 확보를 위한 투자 수익을 비트코인에서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를 “비트코인 관련 개발이 정체되면 전체 암호화폐 산업이 침체될 수 있기 때문”으로 들었다. 이를 증명하듯, 비트코인개발 후원금을 가장 많이 낸 암호화폐 업체들은 주로 결제·거래소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비트코인 개발 후원금 상위 톱5를 기록한 업체는 스퀘어 크립토(약 160만 달러)·비트멕스(91만 5000달러)·오케이코인(50만 달러)·비트파이넥스(25만 달러)·인권재단(8만 50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코인베이스가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을 위한 후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후원금 액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오케이코인 송(Song) 후원 프로그램 담당자는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생태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 일부는 우리가 책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비트멕스 측 역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생태계에 얻은 이익들을 되돌려주는 것이 우리 사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후원금은 어디로 흘러들어갈까
한편 후원금 사용처는 각 업체마다 방향성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테면 비트파이넥스는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세컨드 레이어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후원을 진행했다. 반면 스퀘어 크립토는 주로 개발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냈다. 이외에도 다른 업체들이 BTC페이 서버나 P2P 네트워크 개선에 투자하는 등, 후원금은 다양한 경로로 흘러들어가고 있음이 밝혀졌다.
#”비트코인 개발 공헌, 구글이나 트위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처럼 장려돼야”
인권재단 알렉스 글레드슈타인(Alex Gladstein)은 “비트코인 후원에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되레 큰 장점”이라며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비트코인 개선을 위해 공헌하고 업계가 후원금 경쟁을 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훨씬 건강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실익이 없을지라도 비트코인에 기여한다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담당자 역시 “비트코인 개발은 구글이나 트위터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는 것처럼 장려돼야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현재 세계의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이 되길 바란다면, 비트코인 코어 코드베이스에 기여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진로 선택이 될 필요가 있다”며 후원 취지를 밝혔다.
조인디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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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