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업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논란의 중심이 됐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에 대한 권한이 사실상 은행에게 주어지게 돼 실명계정을 받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이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명계정 발급, 은행 손에 달렸다
10월 2일 금융위원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시행령에 관한 개정안을 11월 3일부터 12월 1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은 특금법에 규정된 가상자산사업자와 가상자산의 범위를 좁히고,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정)의 발급 조건을 구체화했다.
업계 관심이 집중됐던 실명계정 발급 기준에 관해선 시행령은 5가지 요건을 붙였다. ① 고객 예치금의 분리보관 ②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③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④ 고객의 거래내역의 분리 관리 ⑤ 금융회사등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구축한 절차 및 업무지침 등을 확인해 금융거래등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의 위험을 식별, 분석, 평가할 의무 등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건 다섯번째 조항이다. 현재 은행과 거래소 간 이뤄지는 실명계정 계약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기조다. 은행들에게 거래소에 계좌를 내줄지 말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을 법으로 정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거래소들은 법에서 규정된 조건에만 부합하면 은행이 실명계좌를 무조건 발급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계좌 발급은 사적 계약” vs “정부, 시장 육성 의지 안보여”
금융위 관계자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계좌 발급을 의무화하는 데 대해 고민이 많긴 했으나, 계좌 발급은 은행과 고객 간 사적 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또한 은행마다 가상자산 실명계정 발급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계정을 내줄지 여부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업계에선 정부가 은행 측의 입장만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을 키우려는 의지가 그다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시장이 단단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보다 잘 갖춰진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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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