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 블록체인 연구반이 지난 6일 발표한 활동 보고서를 통해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은 시작일 뿐이며 블록체인 산업 진흥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특금법 개정안은 제도화 시작…업권법 제정해야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가상자산과 자금세탁방지 법제’라는 제목으로 특금법을 분석했다. 한 변호사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정의 규정이 신설됐고 신고제가 도입됐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제도화의 시작”이라고 평했다.
향후 과제로 ▲ 신고요건 정비와 면제 요건 확대 필요성 ▲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권법 제정 필요성을 꼽았다. 한 변호사는 실명계정이 있어야만 등록이 되는 현행 법률에 대해서는 “면제가 폭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과 가상자산간 거래가 불필요한 거래소나 메인넷·플랫폼 사업자, 가상자산 보관만 하는 커스터디(수탁) 업체 등이 반드시 실명계정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서는 실명계좌가 없으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한 변호사는 “은행이 부당하게 실명계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며 “거래거절 요건 및 실명계정 발급 조건·기준 절차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실명계정을 발급하는 것으로 볼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SMS 인증을 실명계좌 요건으로 정하면 외국 커스터디 사업자가 국내에서 사업을 할 경우 한국의 ISMS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지, 해외에서 별도의 정보보호인증을 통과한 상태라면 어떤 방식으로 인증을 대체할 수 있는지, 이 경우 ISMS 인증은 어떻게 부여할지, 취득해야만 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소규모이고 소비자 피해 우려가 낮은 사업자 등은 ISMS 인증에 대한 면제를 인정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ISMS 인증은 가상자산보호가 아닌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마련된 인증 제도이다. 특금법 개정안의 모태가 된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안에는 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한 변호사는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ISMS 인증을 받는 것은 지금세탁방지와 관련성이 없다. 소규모 사업자까지 ISMS 인증 취득을 해야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 등 다른 법률은 보통 구체적인 업권법을 제정하고 해당 법률에서 산업 규정을 정하고 자금세탁방지 관련 규제를 만든다. 한 변호사는 “가상자산산업 역시 업권법이 제정되어야 하며 해당 법률에서 정의 규정 및 진입 관련 규정을 두고 소비자 보호 제도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블록체인·가상자산, 새로운 방향으로 규제해야
정호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정부 규제 방식으로 ▲ 기술 중립적, 개방적 ▲ 간접적 ▲ 혁신적 ▲ 네거티브 ▲ 자율적 ▲표준화를 들었다. 블록체인 기술 및 산업 진흥기본법 제정도 제안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발전 중인 기술이고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분야도 정확히 한계를 정하기 어렵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하고 보호법익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민간과 시장의 자율성을 우선하는 규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기술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응용기술 발전을 위해 표준화를 해야 하며 블록체인 응용 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본 계획 수립, 용어 정리·구체적 진흥 방안 마련 등 진흥기본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을 금융법 등의 관점에서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 분석했다. 그는 “경제적 기능에 대한 판단을 기초로 법적 성질이 확정되야 규체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역시 이에 따라 규제 내용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면 안정성 확보가 제일 중요하지만, 투자수단으로 인정받는다면 투자자보호가, 자금조달수단으로 인정받으면 발행인, 주주, 채권자 등의 이해조정이 가장 중요한 규제 내용이 된다.
정 교수는 정부의 규제안이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거래나 상폼에서는 기존 규제가 다루는 위험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명백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위험군으로 평가하는 가상자산을 투자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자기책임의 원칙을 적용하 수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새로운 환경변화를 고려해 화폐법, 금융업규제체계, 집행법 등 모든 법 분야에 거쳐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존 규제에서 적용한 원칙이나 개념은 기존 기술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