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보성 기자] “화폐에 대한 신용과 신뢰 경쟁이 플랫폼 기업으로 일부 이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대훈 SK중권 연구원은 18일 상암 JTBC홀에서 진행된 ‘디파인 2020’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화폐전쟁’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연구원은 세계 패권 국가였던 스페인, 영국, 미국을 예로 들며 “스페인과 영국이 패권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달랐지만, 패권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원인은 전쟁과 부채로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2차례 산업혁명이 화폐에 준 교훈의 핵심은 신용과 신뢰”라며 ‘화폐의 역사’의 저자 펠릭스 마틴의 “위기 상황에서 부족한 것은 금이 아니라 신용과 신뢰였다”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미국 역시 이전 패권국과 같은 만성적인 금 부족 현상을 겪었으며 결국 닉슨은 1971년 8월 달러 금본위제 폐지를 선포했다. 이렇게 신뢰의 기반이 금에서 지폐로 넘어가면서 지폐본위제의 시대가 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쳤으며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다. 각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화폐를 찍어내 위기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에 부채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부채의 위기를 자초한 책임이 있는 중앙은행은 정작 부채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비트코인이 나타난 것도 이러한 금융위기와 시기를 같이했다.
한 연구원은 “결국 디지털 화폐 전쟁을 이끌어 나갈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에 크게 밀리고 있는 영역이 금융이다. 중국 인구는 15억명, 미국 인구는 4억명이지만 국제 결제는 달러가 40%, 위안화는 2%가 채 되지 않는다.
중국은 2014년 인민은행 주도로 CBDC 발행을 준비해왔다. 블록체인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5번째 특허권자가 중국 인민은행일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플랫폼 기업의 결제도 일상화됐다. 중국은 전통 금융기관이 아닌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을 주도하고 충분한 인프라를 갖췄다.
한 연구원은 “중국의 CBDC는 인민은행이 발행하겠지만 플랫폼 기업들과 함께 위안화를 국제화 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특히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플랫폼 기업들이 앞장을 서고 있다. 금융업에 진출한 아마존과 페이스북, 기존 금융기관과 제휴한 구글과 애플, 기존의 오픈소스를 활용한 기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한 연구원은 “골드만삭스와 피델리티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와 피델리티는 IT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17년에는 ICO, 2020년에는 디파이 광풍이 있었다. 한 연구원은 “디파이가 디지털 금융으로 넘어가는데 있어 중추적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디파이가 가져온 투자 기회를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