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며 가짜 회원 계정을 만들어 약 1,500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송치형 두나무 의장의 정식 재판 시작이 한 차례 더 미뤄졌다. 재판부는 대법원 계류 중인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사건과 코인네스트 사건 판결이 나온 뒤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두나무 운영진 3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한국블록체인 거래소, 코인네스트 사건과 세부적 면에서 차이점도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사건이기에 유사성이 있어 일단 (대법원) 결론을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월에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코미드, 코인네스트,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사건과 업비트 사건의 차이점을 면밀히 분석해오라고 요구했다.
변호인단은 “3개 거래소 사건은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매도했다는 점에서 기망행위이지만 업비트는 보유한 물량으로 거래했다는 점에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업비트는 비트코인(BTC) 1만 4,000개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ID8에 BTC 118개를 입력한 것은 주문 한도를 설정해 놓은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단이 사안의 핵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쟁점은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도했느냐가 아니라 해당 계정에 실물로 암호화폐가 입고됐냐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ID8에 BTC가 실물입고가 되지 않았음에도 자산을 입력하고 이를 통해 주문을 제출한 행위가 사전자기록위작이란 입장이다. 검찰은 “유죄 판결이 난 3개 거래소 사건 판결문을 보면 모두 실물 입고가 되지 않았음에도 계정에 충전을 해서 거래를 했다고 나와있고, 여기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암호화폐를 보유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로 판단을 내린 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국블록체인거래소에서 가짜로 계정에 자산을 충전한 것은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고 업비트는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회원들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라고 말한다”며 “유동성 공급은 거래를 많이 하도록 한다는 것이지 직접적인 고객 이익과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거래를 많이 하게 한다는 건 수수료를 많이 얻기 위한 행위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ID8이 고객과 거래를 하면 수수료가 계속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업비트 운영진 3명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숫자 ‘8’이란 ID를 만들고 전산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ID에 1,221억 원 규모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미고 가짜 거래를 계속해 실제 회원의 거래를 유도한 혐의로 2018년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디센터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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