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특금법 시행령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요.”
이원규 아르고스 대표는 “지금 특금법은 그 의의와 한계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아르고스는 국내외 다양한 기업에게 KYC(고객확인제도)·AML(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을 공급하는 레그테크(금융회사가 내부통제와 법규 준수를 용이하게 하는 정보기술) 회사다. 이 대표는 아르고스를 2018년 3월부터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 특금법 시행령, 의미도 있지만 한계 뚜렷
그는 특금법(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해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각 회원국에 제안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법률을 만든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가 명문화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하지만 실실적으로 법률이 업계에 적용되기에 적합한지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여행규칙, 오더북 공유 금지 같은 경우는 업계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특금법 시행령에 “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 현재 시행령은 책임 떠넘기기, 명확한 가이드라인 있어야
이 대표는 “실명확인계좌 발급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책임을 민간에 떠넘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은 객관적인 기준 없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실명계좌발급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이 대표는 “은행 입장에서 가상자산은 고위험군”이라며 “은행이 혼자서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자체적인 위험을 가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금융위원회나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은행이 납득할만한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실명계좌 발급 요건에 대해 정리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간에게만 맡기면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며 “만약에 은행이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가상자산사업자에 실명계좌 발급을 안 해주면 다같이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트래블 룰(여행규칙)에 있어서도 그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트래블 룰은 은행에서 계좌이체하면 송수신자의 이름이 뜨는 것과 같은 정확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라며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해외까지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서)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래블 룰 유예 기간이 1년 정도 주어졌지만 그 기간 안에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고객사들, 부담 갖고 특금법 요구 조건 준비중
아르고스는 거래소 등 다양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사들의 특금법 시행령 반응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대체적으로 ‘큰 게 왔다’고 생각하면서 특금법 요구 조건을 채우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고객들이 “오더북 공유 금지 같은 규정은 사업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고객사들이 기본적으로 가상자사 관련 사업을 한다고 하면 자금세탁 관련 불법 사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신규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인력 운용이나 KYC, AML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용 관련 염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규제 조건 필요
이 대표는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넘는 등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대중이 보기에도 가상자산은 매력적인 투자처이고 더이상 낯설지 않다. 가상자산이 더이상 먼 개념이 아닌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규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제를 이대로 물어붙이면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는 많지 않아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이 위축되면 한국의 위상은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정부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너무 보수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사업자들과 타협할 수 있는 중간점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블록체인 기술 업체뿐만이 아니라 가상자산사업자에도 적용해줬으면 좋겠다”며 보다 유연한 규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