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화폐(DCEP)가 빅브라더 사회로의 이행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외부의 우려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반대 주장이 나왔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초당 수십만건에 달하는 거래량을 모두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통제 가능한 한도 내에선 얼마든지 개인의 거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카지노 등 정보에 민감한 일부 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CEP, 개인 거래 낱낱이 통제 못해”
중국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 사이퍼리움의 스카이 궈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DCEP가 중앙집권화돼 있긴 하나 모든 거래 정보를 정부가 통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앙 당국이 14억명 인구의 거래 내역을 일일이 감시하는 건 비효율적일 뿐더러 현재 기술 여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무장춘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 소장은 일전의 연설에서 “우리의 목표는 균형”이라며 “일반 대중의 모든 정보를 통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신 인민은행은 감독 권한의 일부를 시중은행에 떠넘겨 책임을 지도록 할 전망이다. 앞서 중국은 DCEP의 사생활 보호 측면에 관해 “통제할 수 있는 익명성’을 강조해 왔는데, 즉 시중은행을 통해 가능한 선까지는 통제하되 그 밖의 영역에선 익명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중앙은행의 통제 욕구… 빅브라더 가속화 우려
전세계가 중국의 DCEP 발행에 대해 우려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디지털화폐 패권에 대한 중국의 야욕과 DCEP를 통해 빅브라더 사회로의 이행이다.
이중 후자의 경우는 모든 거래 정보가 디지털화된다는 점에서 중국뿐 아니라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려는 여러 국가에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사생활 보호를 중요시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화폐 효율성과 익명성 보장을 동시에 충족하는 디지털화폐를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개인보다 사회를 중시하는 중국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익명성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광범위한 통제를 위해 디지털화폐를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게 외부의 시각이다. 진커위 런던 경제대 교수는 과거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전세계 중앙은행은 공통적으로 돈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있는데 중국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매우 짙다”고 지적했다.
#中 정부 ”개인 감시 아닌 범죄와의 전쟁 초점”
반면 중국 정부는 DCEP가 돈세탁, 인터넷 사기 등 범죄와의 전쟁이나 자금 추적이 안 되는 그림자금융을 막는 데 초점을 둔다는 입장이다. 앞서 12월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마카오 카지노 업계가 규제기관과 DCEP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지노에 DCEP가 쓰이게 되면 중국인들은 홍콩달러로 환전할 필요가 없고, 현지 알선업자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모든 거래 정보는 당국에게 낱낱이 보고된다. 당국이 철저한 자금 흐름 파악을 위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결제는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후 마카오 정부는 이러한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그렇다 해도 추후 이와 비슷한 논의가 제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번 일과 관련해 코인텔레그래프는 “물이 너무 맑아지면 물고기는 사라진다”며 “카지노의 모든 자금 흐름이 투명하게 드러난다면 거물급 인사들은 모습을 감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당국이 DCEP를 이용해 어느 정도의 권한을 휘두를 것인가가 관건이다.
#DCEP 발행 앞두고 막바지 준비
각종 논란에도 인민은행의 DCEP 발행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 4월 선전ㆍ청두ㆍ쑤저우ㆍ슝안 등에서 DCEP 파일럿 테스트가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10월 초 인민은행은 올해 4~8월 1억6200만달러 DCEP 거래를 성사했다고 밝힌 데 이어 11월 초엔 누적 400만건 이상 거래를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과 IT 기업들도 DCEP 발행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미 여러 은행에서 자체 디지털지갑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화웨이는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40에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 지갑을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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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