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농사로 열풍을 일으킨 디파이(Defiㆍ탈중앙화 금융) 관련 계정 수가 100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개인이 여러 개의 계정을 개설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사용자 수는 많아야 15만명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사용자 수를 늘리려면 디파이가 단순한 투자 플랫폼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거버넌스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디파이 계정 100만개 돌파… 실사용자는 15만명
암호화폐 분석 업체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디파이 관련 계정 수가 100만개를 웃돌며 올 초 대비 10배 늘어났다. 이는 유니스왑, 카이버, 아베, 와이언파이낸스, 어거 등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의 고유 계정을 추출하고 분석해 나온 결과다. 분석 툴 개발자인 리처드 천은 트위터에서 “올 여름 시작된 이자농사 열풍으로 계정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자농사는 디파이에 암호화폐를 예치해 보상을 받는 시스템으로 한때 수천, 수만% 연간수익률을 보장해 많은 이용자들을 유입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현재 디파이에 예치된 자금 규모는 150억달러 수준으로 연초보다 2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개인이나 법인 등은 여러 개의 계정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실사용자 수는 집계된 수치보다 훨씬 적다고 지적한다. 사용자는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단일 계정이 아닌 여러 개의 계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디파이 업체 래빗홀의 공동창업자 프라이언 플린(Brian Flynn)은 코인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실제 사용자 수는 전체 계정의 10~15%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파이, 단순 투자처 아닌 거버넌스로 봐야”
그렇다면 어떻게 디파이 실사용자 수를 늘릴 수 있을까. 플린은 “우선 씨파이(Cefi)의 로빈후드와 유사한 투자자 대상의 킬러 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파이가 단순히 투기 목적으로만 사용되지 않도록 투자자 대상의 거래 플랫폼으로서 명확히 자리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디파이의 복잡한 운용 방식이다. 그는 “많은 사용자들은 유니스왑에서 토큰을 사고파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유니스왑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유니스왑에서 거래를 해왔으나 유니스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유동성 제공자로서 역할을 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이자농사 붐을 일으킨 디파이 프로토콜 컴파운드도 마찬가지다. 적잖은 이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보장한 수익률을 보고 암호화폐를 예치한 반면, 대출을 받아 다른 데 투자하는 이용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디파이의 운용 방식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충분히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에는 사용자가 디파이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거버넌스와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이용자들이 디파이를 투자처 이상의 거버넌스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지우되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고 플린은 강조했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디파이를 통해 금융 수혜를 입도록 하는 게 주류화로 가는 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디파이 업체 커브랩스의 공동창업자 패트릭 로슨(Patrick Rawson)은 “기존 디파이는 고수익과 기술 편파적인 이용자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디파이가 진정한 ‘은행 없는 은행(bank the unbanked)’이 되려면 다양한 이용자들의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린도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분산화와 암호화가 어떻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