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가운데 글로벌 결제 업체 비자(VISA)가 오프라인 거래를 위한 CBDC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자는 CBDC가 인터넷 연결 없이 결제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 “오프라인 결제 돼야 진정한 CBDC”
비자는 12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CBDC 관련 보고서에서 “CBDC의 다양한 이점에 대해선 인정한다”면서 “CBDC가 이용 가능하려면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더라도 결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결제는 물리적인 현금 사용과 가까운 시스템이기 때문에 결제 환경이 바뀌어도 사람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오프라인 결제를 위해 비자는 오픈소스 기술과 공개키 기반 구조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향후 개발 가능한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해당 프로토콜에 따르면 이용자는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개인 기기에 디지털 화폐를 직접 내려받을 수 있다. 화폐는 기기에 내장된 보안 하드웨어에 저장되며 지갑 공급자가 관리한다. 오프라인 결제나 송금을 할 때는 기기 간 블루투스나 근거리 무선 통신(NFC)을 통해서 가능하다. 다만 보고서는 해당 기술에 관한 코드 등 구체적인 내용은 상술하지 않았다.
#암호화 기술은 활용, 분산원장기술은 글쎄
CBDC의 안전한 보급을 위해서 보고서는 암호화 공개키 기술을 이용한 이중 인증 인프라를 제안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서명을 생성하는 최상위 인증 기관이 되고, 다른 금융기관들이 중간 단계 인증기관이 되는 구조다.
보고서는 CBDC가 디지털화폐인 만큼 블록체인 상 운영될 수는 있으나 분산원장기술(DLT)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등의 암호화폐와 달리 CBDC는 중앙은행이라는 단일 주체에 의해 제어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은도 CBDC 오프라인 결제 연구중
오프라인 결제 기능은 인터넷 인프라가 있긴 하나 속도가 빠르지 않고 서비스가 간헐적으로 제공되는 지역에서 특히 유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인터넷 연결 없는 CBDC에 대한 연구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 비자가 제안한 것처럼 전자 기기 간 접촉만으로도 결제가 되는 기능을 고려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상태뿐 아니라 심지어 격오지에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도록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아직까지 연구 단계에 그칠 뿐 CBDC 발행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부 국가에서 CBDC 발행을 확정 짓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과는 대비된다. 실제로 바하마는 10월 CBDC를 내놨고, 중국도 내년 출시가 유력한 상태다. 한은은 기존 금융 시스템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고, CBDC 도입 시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이에 따라 당분간은 기술연구만 진행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동향을 살피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짜겠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비자도 CBDC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당면 과제가 광범위하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신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며 신중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