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년간 좌초됐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내년에는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돼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안정성이 한층 개선되고 대규모 기관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 절반 “내년 비트코인ETF 승인”
12월 23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미디어 더블록이 최근 내놓은 ‘2021 디지털자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것으로 예측하냐는 질문에 업계 관계자 중 51.3%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중 13.5%는 승인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였다. 27%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고, 21.6%는 승인하지 않을 거라 내다봤다. 1년 전만 해도 업계 관계자 중 77.4%가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앞서 SEC는 업계에서 신청한 비트코인 ETF 상품에 대한 승인을 모두 거절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뉴욕 소재 자산운용사 윌셔피닉스가 신청한 미 국채와 비트코인 혼합형 ETF다. 지난 2월 SEC는 윌셔피닉스의 신청서를 최종 거부하며 그 이유에 대해 “ETF에 가격 데이터를 제공하는 비트코인 현물 시장 내 시세조작 우려가 여전히 크고 감시 공유 협정이 결여돼 있다”고 밝혔다. 당시 크립토 맘(Crypto mom)으로 알려진 헤스터 피어스 SEC 의원은 “SEC가 거부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운 감시 공유 협정은 다른 비트코인 ETF 심사에선 논의되지 않았단 것”이라며 “SEC는 비트코인에 관한 어떠한 금융 상품도 승인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같이 변덕스러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관 유입으로 기류 변화… 내년 승인 가능성 커
하지만 최근 기관들의 유입으로 비트코인 시장의 형세가 크게 바뀌면서 전세계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그레이스케일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페이팔 등은 비트코인을 대량 사거나 관련 서비스 출시에 나서며 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당국 승인을 받은 비트코인 파생상품도 이미 여러 국가에서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비트코인 ETF와 상장지수상품(ETP)이 출시됐고, 스웨덴의 비트코인 상장지수채권(ETN)과 독일의 ETP 등도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를 시도했다가 당국에게 퇴짜맞은 자산운용사 반에크는 11월 독일에서 비트코인 ETN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머지않아 SEC도 비트코인 ETF에 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암호화폐 미디어 AMB크립토는 “기관 유입과 비트코인 가격안정성의 개선 등으로 비트코인 ETF 가능성이 새롭게 열리게 됐다”면서 “다만, 올해보다 더 성숙하고 강력한 인프라가 구축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