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2020년 암호화폐 시장을 단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기관투자자(Institute)’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3만4000달러선을 터지하기까지 그레이스케일, 마이크로테크놀로지, 스카이브릿지캐피탈, 매스뮤추얼, 구겐하임 등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들은 수 천만에서 수 억 달러 규모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래리 핑크가 이끌고 있는 블랙록이 블록체인 사업 총괄 부사장을 찾고 있다는 뉴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블랙록, 블록체인 총괄부사장이 할 일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블랙록은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할 부사장 구인 공고를 냈다. 해당 업무 지원자는 해시함수, 분산 네트워크 합의 매커니즘, 퍼블릭 프라이빗 키 등 블록체인 기술 관련 분야에서 최소 1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
직무 내용은 가상자산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평가 방법론을 고안하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 이론을 평가하고,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지배구조 모델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블랙록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려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시장 판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 블랙록은 어떤 회사
블랙록은 2020년말 기준 7조 81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1년 국내총생산이 1조6463억달러. 우리 국민 전체가 일년 내내 번 돈의 5배 가까이를 굴린다. 자타 공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와 함께 3대 펀드운용사로 불린다. 전 세계 30개국에 70개의 지사를 두고 있으며, 100여개국에 고객을 두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 1998년 창업자 겸 대표 래리 핑크가 7명의 지인과 함께 시작했다.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자회사다. 블랙록은 지난 2009년 영국계 바클레이즈 글로벌인베스터스를 인수하는 등 여러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블랙록의 주특기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전 세계 ETF 시장에서 4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800여개가 넘는 ETF를 판매하고 있다.
ETF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를 대중화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언급된다. 블랙록에게 ETF는 아주 익숙한 상품이다.
◆ 블랙록, 비트코인에 어떤 태도 보였나
지난해 12월 1일 래리 핑크는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가 주최한 디지털 심포지움에서 “디지털 화폐는 미국 달러에 실질적인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전 영란은행 총재 마크 카니와 질의 응답을 하면서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장에 편입될 수 있을까요? 가능할 겁니다. (비트코인은) 아직 (충분히) 테스트되지 않았죠. 다른 시장들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시장입니다. 거대한 시장들은 매일 움직입니다. 이 시장(암호화폐 시장)은 얇아요.(It’s a thin market)”
레리 핑크는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의 코멘트는 블랙록의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 릭 레이더가 11월에 한 말과도 통한다.
“비트코인은 금(골드)의 반짝거림을 어느 정도 갉아먹을 겁니다. 아마도 어느날 5000년 이상 난공불락의 명성을 쌓아온 귀금속(금)의 라이벌이 돼 있을 거에요.”
블랙록의 핵심 인사들이 항상 비트코인에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블랙록에서 아이셰어스&인덱스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책임자로 재직한 마이크 와이즈먼은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지난 2017년 10월 3일,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ETF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비트코인 ETF의 요점을 잘 모르겠다. 만약 비트코인이 성공한다면 생각을 바꾸겠지만, 나는 (비트코인 ETF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년 전 인터뷰이긴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ETF를 만들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블랙록이 그 산을 넘기 위해 담당 부사장을 뽑고, 스터디를 시작했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