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미국 금융 당국이 전통 금융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개방형 블록체인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주고받으면 금융기관이 중간에 개입할 요소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도 미 당국은 이를 허용했다. 이유가 뭘까. 수년 내 블록체인 인프라가 기존 금융 카르텔 생태계를 뒤엎을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기득권을 지켜주는 대신에, 차라리 먼저 판을 깔아주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앞세우고 있고 암호화폐는 기피한다. 패러다임 전환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지나치게 우려한 탓이다.”
1월 7일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청년TF 미소대화 미래산업 분야 간담회에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최근 미국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경제서 프로토콜 경제로 전환 필요”
김 대표는 지난 10여년 간 전세계 시장을 주도한 플랫폼 경제가 이미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권력화됐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경제는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으로는 구글이나 아마존 등이 있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양극화되고 승자독식으로 귀결된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모든 참여자가 합의된 프로토콜을 만들고 그에 따라 성과를 나눠가지는 프로토콜 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플랫폼 경제가 주주들에게만 수익을 분배했다면 프로토콜 경제는 주주뿐 아니라 플랫폼 기여자들에게도 수익이 돌아간다. 김 대표는 “플랫폼 경제는 여러 한계점으로 인해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며 “이제는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토콜 경제 핵심 기술로 떠올라
중개자 개입을 없애고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동하는 블록체인은 프로토콜 경제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실험 가능한 퍼블릭 블록체인이 글로벌 블록체인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비트코인이다. 그는 비트코인이야말로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프로토콜 기반 네트워크 경제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토콜에 기반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제3자 개입 없이 직접 보관하거나 교환할 수 있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며, 운영조직 참여에 경계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해외 국가들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부작용보단 효용 가치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면서 규제의 고삐를 느슨하게 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통화감독청(OCC)은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을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제는 은행들도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치에는 시대적 변화를 외면하기보단 앞장서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미 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암호화폐 기피ㆍ뒤늦은 규제… 경쟁력 잃게 해
반면 국내 당국은 퍼블릭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김 대표는 “정부는 블록체인을 미래 유망 기술로 보고 있으면서도 암호화폐나 토큰은 여전히 회피한다”며 “규제 측면에서도 미국이나 일본 등의 행보를 살핀 다음 뒤따라서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처럼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할수록 업계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러한 입장에 공감하며 당국에 신속한 대응을 요청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대해 준비해야 한다. 사실 좀 늦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 미국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을 받아들이면서 프로토콜 경제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에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