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 베테랑들 사이에 주식시장의 버블 경고가 연이어 나와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패닉에 빠졌던 지구촌 주식시장이 지난해 3월 저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수직 상승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에도 바이러스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변이가 출몰하면서 경제 활동 재개에 차질이 빚어지자 V자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상황.
하지만 클린 에너지와 인프라, 전기차 등 특정 섹터의 주도로 주가 상승이 이어지자 구루들 사이에 유포리아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월가에서 3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베테랑 투자가 앤드류 슬리먼 모간 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6일(현지시각) 야후 파이낸스 라이브 인터뷰에서 뉴욕증시의 버블을 경고했다.
투기적인 주가 상승 베팅이 봇물을 이루는 상황이 전형적인 버블의 특징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뉴욕증시가 고점에 근접했고, 하락 반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게임스톱 주가가 장중 50%에 달하는 폭등을 연출한 것이나 펀더멘털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블랙베리의 강세 흐름이 버블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TD 아메리트레이드 역시 뉴욕증시가 총 5단계의 버블 과정 가운데 세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설적인 투자가로 꼽히는 제러미 그랜덤 GMO 창립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버블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 삭스는 25일 투자 보고서를 내고 밸류에이션이 극심하게 고평가된 39개 종목을 제시하고 보수적인 전략을 권고했다.
리스트에는 클린 에너지 테마가 상승 열기를 타면서 동반 강세 흐름을 펼친 플러그 파워(PLUG)와 워렌 버핏이 투자하면서 기업공개(IPO) 이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스노우플레이크(SNOW), 팬데믹 사태의 대표적인 수혜 종목으로 꼽히는 줌 비디오(ZM), 클라우드 기반의 보안 업체 지스케일러(ZS) 등 지난해부터 폭등을 연출한 종목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들 종목 가운데 일부는 전날 골드만 삭스의 고평가 지적이 전해지면서 가파른 주가 하락을 나타냈다.
버블 논란이 제기된 것은 뉴욕증시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팬데믹 사태를 가장 강하게 극복한 데 이어 올해 강한 성장이 기대되는 중국 주식시장 역시 과열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PBOC)의 정책자가 자산 버블을 경고했고, 이 때문에 주식시장이 하락 압박을 받았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나서기 앞서 유동성의 힘에 기댄 자산 가격 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투자자들은 이른바 차이나 머니가 홍수를 이루면서 최고치 랠리를 펼친 홍콩 증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투자 열기도 과열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씨티그룹과 JP모간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가상통화와 SPAC의 거품을 경고했다.
런던 소재 알제브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알버토 갈로 머니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돈이 될 것 같으면 휴지조각까지 주워 담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나 변이 확산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유동성이 홍수를 이루고 있어 버블이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피쉬 애셋 매니지먼트의 마리아 스테힐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외면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돈잔치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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