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그 어떤 개인도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의 부분이 아니다. 누구도 WSB를 대표해 말하지 않는다.”
“2030년. WSB는 지구상 가장 큰 헤지펀드다.”
“여기 들어와 있는 SEC 놈들에게. go f*** yourself.”
미국 SNS 레딧에 개설된 주식 투자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WSB)는 난리가 아니네요. 게임스탑(GME) 공매도 세력을 무력화하고, 주가 급등을 이뤄냈으니 이해할만 합니다.
WSB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 감독 당국은 적입니다. SEC가 이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뉴스를 인용한 글에는 7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부분 욕이에요.
GME와 WSB 이야기는 아래 기사를 참조하시면 좋겠네요.
[초점] GME, 숏셀링, 머스크… “비이성적 활력”에 대처하는 법
이 상황이 암호화폐에 호재라는 시각도 있어요. 스카이브릿지캐피탈의 안소니 스카라무치가 블룸버그와 한 인터뷰 내용인데요.
게임스탑 주가 폭등 비트코인에 호재 –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라무치가 약간 혼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의 철학인 탈중앙(Decentralization)이 탈중앙화된 군중(decentralized crowd)인가요?
사실 지난해 10월부터 비트코인 랠리가 시작된 후 누구도 탈중앙화 얘기를 하지 않았죠. 페이팔이 암호화폐를 받아들이고, 그레이스케일로 돈이 몰리고, JP모건이 분석 리포트를 내고… 드디어 기관 장세가 왔구나 환호하기만 했죠.
반면 대표적인 레거시 금융시장인 주식시장에서는 WSB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돈과 정보력으로 무장한 중앙화된 기관투자자들이 개미들에게 패해 물러났다고 해서 그 개미들의 승리가 탈중앙화 개념의 승리일까요?
스카라무치는 “탈중앙화된 군중을 어떻게 이기겠나? 내가 보기에 이는 탈중앙 금융에 대한 강한 긍정이다”고 했어요.
WSB가 작동하는 걸 보면 힘 있는 누군가가 개미들의 행동을 조종한 것은 아니니 탈중앙인 것 같기도고 해요. 그럼 작동 원리는 뭐죠? 밈(MEME)? 유행? 인플루언서에 자극 받은 군집 행동?(어떤 분은 들소떼 얘기를 하시더군요.)
뭐라고 하건 WSB에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보이지 않습니다.
특정인이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의사결정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그걸 탈중앙 시스템이라고 부르면 곤란할 것 같아요.
불합리하고, 억압적인 거버넌스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거버넌스 자체가 없다면 네트워크가 유지되기 어렵겠죠.
탈중앙화 시스템 안에서 각 개인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기여한 만큼 혜택을 받고, 시스템이 유지되도록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단 주체가 ‘나’라는 겁니다. 누구누구의 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요.
GME 투자자들이, WSB 참여자들이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지켜보자구요. 역설적으로 WSB가 실패하면 탄탄한 거버넌스를 갖고 이는 탈중앙화 시스템이 부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