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다음 주 뉴욕 증시는 이른바 ‘게임스탑 현상’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의 공방, 이와 관련한 당국의 대응에 주목할 전망이다.
이번 주 뉴욕 증시에서는 숏스퀴즈(숏셀러들이 포지션을 커버하거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매수하는 것) 이슈가 두드러진 게임스탑을 둘러싼 개인 투자자들의 ‘사자’ 열기와 이에 대한 월가의 방어 속에서 변동성이 큰 폭으로 확대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0.74포인트(2.03%) 내린 2만9982.62에 마감했으며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3.14포인트(1.03%) 하락한 3714.24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66.46포인트(2.00%) 내린 1만3070.69로 집계됐다. 뉴욕 증시 3대 지수의 주간 낙폭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컸다.
◆ 게임스탑 현상, 본게임인가 사이드 쇼인가
게임스탑은 이번 주에만 400% 급등했다. 초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벳츠(Wallstreetbets)의 개인 투자자들은 로빈후드 등 일부 중개사의 거래 제한 조치에도 헤지펀드와의 결투를 선언하며 게임스탑 ‘사자’를 외쳤다.
시장은 이번 주 ‘게임스탑 현상’이 계속해서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지만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월가에서는 이번 개인 투자자들의 ‘반란’이 지난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의 두 번째 버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전 일부 미국인들은 ‘월가를 점령하라’는 상위 1%의 부자에게 부(富)가 집중된 점에 반기를 들었다.
메릴랜드대의 로버트 스미스 경영대 교수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즈카티 공원이 아닌 트레이딩 데스크를 통한 ‘월가를 점령하라'”라고 진단했다.
SYZ프라이빗 뱅킹의 루크 필립 프라이빗 뱅킹 투자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임스탑 스토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의 새로운 배우이며 이들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강조헀다.
규제 당국도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백악관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한 조 바이든 정부 인사들이 이번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의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게임스탑 광풍과 관련한 변동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A.데이비슨의 제임스 레이건 자산운용 책임자는 “게임스탑 등 종목에서의 행동들은 확실히 우리에게 우려할 이유를 준다”면서 “최소한 시장 조정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레이건 책임자는 “비정상적인 이득을 좇는 투자자 집단이 있으며 이것은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라고 덧붙였다.
바클레이스는 투자 노트를 통해 “현재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개인 투자자들의 숏스퀴즈는 전반적인 (시장) 전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라면서 “우리는 추가적인 고통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지엽적인 것에 그칠 것이라고 낙관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클레이스는 새로 발견된 개인 투자자들의 힘이 계속해서 생각해봐야 할 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앞으로 영구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경영 모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1월 고용, 증가 반전했을까
투자자들은 5일 발표되는 노동부의 고용 보고서를 주시한다. 금융시장은 1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에서 2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을 것으로 전망한다. 1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지난해 12월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의 먹구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제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지표 발표를 전후로 이어지는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공개 발언도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가 시기상조임을 강조했지만, 경기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평가는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를 변경할 수 있다.
1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공개 발언에 나서며 2일에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3일에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연설한다.
고용지표 외에도 1일에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되며 3일에는 고용 보고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고용 보고서가 예정돼 있다. 4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공개된다.
이 밖에도 시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과 관련한 논의에도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 부양책이 필요하다면서 공화당의 지지와 함께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부양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마존·알파벳 실적에 관심
2일 아마존닷컴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나란히 실적을 공개한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을 1120억~1210억 달러로 예상해 1년 전보다 28~29%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업익은 10억~45억 달러 범위로 예상했다. 아마존은 10분기 연속으로 이익 가이던스를 웃도는 실적을 공개해 왔다. 시장은 아마존의 분기 영업익이 44억 달러, 주당 7.1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가는 현재 이번 분기 아마존의 매출액을 955억 달러, 영업이익을 59억 달러, 주당 이익을 9.03달러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의 저스틴 포스트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 주가 4000달러를 유지했다.
알파벳의 실적도 투자자들의 커다란 관심사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알파벳의 주당 이익이 2019년 4분기에 비해 증가한 15.68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매출액은 529억 달러로 1년 전 460억8000만 달러보다 늘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마케터(eMarketer)의 니콜 페린 애널리스트는 지난 27일 “구글의 4분기 주요 광고 사업 매출이 전체적으로 연간 기준 증가 속도를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우리는 유튜브가 특히 광고주가 계속해서 디지털 영상 광고에 의존하며 전년 대비 두 자릿 수 대의 개선을 이룰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JP모간의 더그 앤머스 애널리스트는 “합당한 밸류에이션에서 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포지션이 잘 구축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글은 올해 우리의 ‘톱픽'”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알파벳 외에도 2일 화이자와 알리바바가 실적을 공개하며 3일 퀄컴, 4일 스냅의 실적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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