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가상자산이 아니다. CBDC는 한국은행이라는 명확한 발행 주체가 있을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독점적인 발권력에 근거한 것이므로 통상의 가상자산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8일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졍 방향’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CBDC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법률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뤘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순섭 교수, 정준혁 교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종혁 교수가 집필에 참여했다.
◆ CBDC 발행 관련 법률 신설 필요
보고서는 CBDC 발행 관련 법률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법상 발행하는 화폐는 한국은행권(제48조)과 주화(제53조)로 구성되고 CBDC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CBDC 발행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CBDC에 한국은행권과 주화와 동등한 법화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법화성에 관한 한국은행법 제48조 등 관련 규정을 CBDC에 준용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BDC 발행 방법으로는 이용자가 보유하는 현금을 CBDC로 교환해주는 방법(교환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은행이 직접 CBDC 이용자에게 발행하는 직접형보다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등 중개기관에게 발행하고 중개기관이 이용자에게 교부하는 혼합형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CBDC와 현금은 동등한 지위를 갖는 법화에 해당하므로 CBDC와 현금 간 교환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단 통화정책 등을 이유로 교환에 재한을 두는 경우에는 범위와 사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법령에 근거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CBDC와 현금 간의 교환은 법화 간의 교환이므로 보유자의 채권이나 중앙은행·중개기관의 채무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 CBDC, 가상자산 아니라는 법적 근거 필요
보고서는 CBDC는 한국은행이라는 명확한 발행주체가 있어 탈중앙화된 가상자산이 아니라고 정의했다. 단,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제2조 제3호는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이라고 했기 때문에 CBDC가 가상자산의 개념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제기될 수 있다.
보고서는 가상자산에 제외되는 것을 열거하고 있는 제2조 제3호 단서 각목의 하나로 CBDC를 추가하거나 제2조 제3호 단서 사목(거래의 형태와 특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에 따라 대통령령에 CBDC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 CBDC, 디지털 취약 계층 배려해야
보고서는 CBDC는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에게도 관련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이용자가 지급수단을 사용하지 못하고 경제활동에 배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가 소매점 등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경우, 인터넷 시스템이나 CBDC 유통을 지원하는 중개기관 시스템의 작동 장애 등의 경우 등 현금 사용권이 보장되도록 관련 입법을 검토하는 한편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실물기반 토큰형 CBDC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CBDC가 시장에서 법화로서 성공적으로 유통되고 불법적인 자금 용도로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CBDC의 이전에 관하여 법률 등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류, 강제집행, 몰수 등 민사집행 및 형사집행 시스템이 CBDC에도 차질 없이 적용되도록 CBDC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BDC 설계 시부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제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