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폭풍 같은 시간입니다. “트윗 좀 그만 올리지”했던 일론 머스크가 대량의 비트코인 투자를 결정한 이후 디지털 자산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죠. 머스크의 트윗 때문에 주목 받은 코인 중에 도지코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지코인을 최초로 만든 빌리 마쿠스가 레딧에 올린 글을 읽어 봤습니다. 빌리는 현재 도지코인이 하나도 없답니다.(이름을 막 불러서 좀 그렇지만, 이 칼럼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2015년 정리해고가 되면서 다 팔았대요. 도지코인 판 돈은 중고 혼다 자동차 살 정도였다고.
빌리의 글은 전체적으로, 뭐랄까, 회한까지는 아니어도, 약간의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글 초반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생하는 엄마 얘기를 하거든요. 자기가 암호화폐 투자했다가 날려 먹은 돈만 아니었어도, 엄마를 좀 더 도울 수 있을텐데 이러면서요. 빌리의 개인적인 재정 상태와 도지코인의 승승장구가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빌리가 이 글을 쓴 이유도 돈과 관련이 있습니다. 빌리는 지금 도지코인 커뮤니티에서 완전히 물러났고, 개발에도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엄청난 이메일을 보내온대요. 돈 좀 벌게 해달라고. 팁으로 도지코인을 준 답니다. 그게 빌리 살림에 도움도 되는 모양이에요. 이 대목에서도 궁색함이…
도지코인을 최초 만들 때, 장난스러운 의도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만드는데 3시간이 걸렸죠. 도지코인 커뮤니티가 거의 광속으로 확장하면서 본인이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누군가 온라인 지갑을 만들었고, 그 지갑이 해킹 당해서 코인 2100만 개를 도둑 맞은 얘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을 돕기위해 커뮤니티가 나서고, 아프리카 우물 파기에 코인을 기부하고, 개와 아이들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돕고…
빌리는 도지코인의 ‘투루 밸류(True Value)’에 대해 질문합니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도지코인 1달러. 시총으로 환산하면 보잉, 스타벅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IBM보다 크죠. 수 백 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입니다. 도지코인이 그럴만 한가요?(Does Dogecoin deserve that?)”
빌리는 이 질문은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고 살짝 물러납니다.
도지코인의 밸류에 대해 자기는 발언권이 없고,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방식으로 답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도지코인을 만든 사람으로서, 선한 방향으로 쓰이기를, 그것이 꼭 기부나 다른 사람들 돕는 것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구요. 재미, 즐거움도 가치를 갖는다며 글을 끝냅니다.
머스크가 자가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사줬다죠. 재미로, 즐거움으로. 우리도 감당할 만큼의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면 됩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도지코인의 미래? 지금은 창조자조차도 답하지 못합니다. 진정한 밈(MEME)이죠. 사토시 나카모토가 왜 얼굴을 숨기고, 가명으로 비트코인을 만들었는지, 빌리의 글을 보면서 확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메일 박스가 폭발할 지경이랍니다.
피조물이 창조자를 능가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