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그림을 하나 보여드리죠. 지난 3년 간 비트코인 가격을 죽 나열합니다. 종가를 가지고 전일 대비 등락폭을 계산해요. 퍼센트로. 어떤 날은 0.2% 오르고, 어떤 날은 1% 떨어져요. 또 어떤 날은, 예를 들어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샀다고 공개한 날은 10% 폭등해요.
변동폭을 크기 순으로 나열합니다. 모두 1132일입니다. 그걸 2%포인트 간격으로 나눠요. 그 범위에 들어가는 갯수를 헤아려봅니다. 가격 변동폭이 0에서 2% 사이였던 날이 350일, 0에서 -2% 사이인 날이 303일입니다. 이런 식으로 -16%부터 +16%까지 각 구간의 날짜 갯수를 그래프로 그린 겁니다.
지난 3년 간 653일은 그냥 평범한 날입니다. 가격 변동이 2% 오르거나 내리거나. 사실 2% 변동폭은 주식이나 금 시장에 비해서는 아주 큰 숫자이긴 해요. 그러나 3236 달러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이 5만 달러 근방까지 상승한 걸 감안하면 2%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우리의 일상은 대체로 평온했던 겁니다.
반대로 하루에 16% 이상 급등하거나 16% 이상 급락한 경우를 보죠. 지난 3년 간 딱 4번 있었습니다. 최대 상승은 18%, 최대 하락은 37%에요. 이런 날 선물 포지션을 들고 있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찔하죠. 강제 청산 각입니다.
1132일 중 단 사흘. 이 사흘 중 한 번이라도 재수없게 걸린다면… 마진 거래를 열심히 하던 분을 한 명 알아요. ‘그날’ 아침 출근 길에 무슨 일인지 비트코인이 폭락을 하더랍니다. 스마트폰으로 강제 청산 당하는 자신의 포지션을 보면서 버스 안에서 펑펑 울었답니다. 재수없는 날이 하필 그날이었던 거죠.
대부분 평온한 날에는 2% 밖에 못벌어요. 잃어도 2%죠. 챠트보고, 인플루언서 영상도 열심히 보고, 리딩방도 기웃거리고. 찔끔찔끔 번 돈은 한 번에 훅 나가고.
문제는 2% 짜리, 16% 짜리 변동이 일정한 간격으로, 연이어 나타나는게 아니라 지 멋대로 흩어져 나온다는데 있습니다. 웬만한 트레이딩 감각, 알고리즘 프로그램으로 대응할 능력이 없다면 이런 변동성에 속수무책이죠.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디지털 자산으로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을까요. 월가의 웬만한 베테랑 펀드매니저도 3년 연속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실적을 내지 못합니다. 워렌 버핏처럼 신화적인 인물만이 그런 기록을 가지고 있죠.
이걸 단순히 실력이라고 하기에는 넘사벽이니까, 저는 ‘거룩한 우연’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보통 사람들에게 거룩한 우연은 긴 트랜드에 올라 탔을 때만 가능한 것 같습니다.
12년 전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사이퍼펑크족들의 장난감 정도로 여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왔고, 몇 차례 간헐적 우연은 머스크 같은 인물을 만나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은 앞으로도 매우 심할 겁니다. 그 때마다 강제 청산을 당할 수는 없죠. 흐름을 읽고 진중하게 대응하는게 어떨까요?
거룩한 우연은 항상 우리 옆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