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에요. 진짜로. 일론 머스크는 앙숙 피터 쉬프 유로 퍼시픽캐피털 대표와 트윗으로 논쟁을 벌였습니다. 금이냐 비트코인이냐를 놓고요. 머스크가 쉬프에게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이 양반이 혹시 사토시 나카모토가 아닐까’ 했습니다.
아닐겁니다. 머스크처럼 수다떨기 좋아하는 캐릭터가 은둔자 사토시를 부캐로 뒀을리 없죠. 머스크가 “돈은 그냥 데이터다(Money is just data)”라고 말한 대목에서 소름이 쫘악.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를 찾아봤습니다.
그 유명한 문장. “우리는 디지털 서명의 체인으로 전자 화폐를 정의할 수 있다(We define an electronic coin as a chain of digital signatures)” 돈의 정의를 바꾼 역사적 표현입니다.
# 돈의 정의를 바꾸다
머스크가 백서를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비트코인의 핵심 원리를 꿰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쉬프는 “비트코인이 단지 숫자의 나열이고, 그런 데이터는 가치를 갖지 않는다”고 맹비난합니다. 금은 손으로 잡을 수 있고, 일단 소유하면 소유증명을 위해 비트코인처럼 전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면서요. “쉬프 고객님, 구매하신 금은 100그램입니다”라는 컨펌 이메일 한 통이면 끝이라는 거죠.
공학적으로는 저 이메일도 사실은 숫자입니다. 이메일이 오가는 동안 0과 1로 암호화됐다가 텍스트로 디코딩되는거니까요. 머스크는 재치있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쉬프, 너 그 이메일도 암호(crypto)야. 금을 가고 있는 것과 금을 갖고 있다는 이메일을 갖고 있는건 달라. 넌 그립토를 가지고 있는거야.”
숫자는 데이터죠. 쉬프가 금 100그램을 샀다는 증명(서명)이 들어 있는. 디지털화한 숫자들이 그것을 확인해줍니다. 정확하게 사토시가 정의한 전자 화폐입니다.
# 높아보인다…뭐와 비교해서?
머스크는 데이터가 갖는 공학적 숙명에 대해서도 얘기해요. “지체와 오류(latency and error)”가 있다. 이쯤되면 블록체인 트릴레마(Trilemma) 개념까지 가는거죠. 답도 얘기해요. “시스템은 이걸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 마련이다.” 제 뇌피셜로는 머스크가 더 사면 샀지, 웬만해서는 비트코인을 팔 것 같지 않아요. 백서의 지향점도 알고 있어요. 사토시라는 의심이 들만하죠.
문제적 발언은 그 다음에 나오는데요. “BTC와 ETH가 높아보이는데 ㅋㅋㅋ(That said, BTC & ETH do seem high lol)” 트윗이 원래 가벼운 대화용도니까, 이해는 합니다만, 앞뒤 없이 이런 멘션을 날리면 47만 명이나 되는 당신 팔로워들이 당황하죠.
쉬프도 이걸 파고 들어요. 쉬프의 댓글을 윤색하면 이거에요. “좋다. 비트코인을 전자화폐라고 치자, 근데 비트코인 값을 어떻게 측정할래? 특정 물건과 비교할 수도 없고. 비교 사례나 과거 데이터도 없는데. 비트코인을 들고 있으면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
비트코인이 화폐냐, 가치저장 수단이냐, 둘 다냐. 이것만으로도 엄청 논쟁적인데, 밸류에이션까지 들어오면… 일이 너무 커집니다.
밸류에이션은 현실입니다. 전자 화폐로서 비트코인의 기술적 한계는 인정해야죠. 속도가 느리고… 해묵은 얘기입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금처럼 가치를 저장하는 창고로 인식하고 있으니 그건 밸류에이션을 해야 합니다.
솔직히 쉬프가 지적한 것처럼 명확한 방법은 없어요. ‘지체와 오류’를 반복하면서 값을 찾아가는 수 밖에…
사족. 일론 머스크씨, 주말에는 트윗 좀 멈추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