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피고가 영구히 제지되고 금지되지 않는 한, 유사한 위법 행위에 계속 참여할 것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3명의 피고(리플 법인, 갈링하우스 CEO, 라센 공동창업자)에게 요구하는 법적 조치입니다.
SEC와 리플이 22일(현지시간) 재판에서 첫 대결을 펼칩니다. 양측은 치열한 법리 싸움에 들어갔는데요. 리플의 경우 전 SEC 위원장 메리 조 화이트를 변호인단에 포함시켰습니다. SEC는 고소장을 수정하면서 갈링하우스와 라센의 위법 행위를 세세하게 적시했습니다. 법정 밖 싸움도 치열합니다.
# 쟁점 : 증권이냐 아니냐 vs. 내부자와 영구 분리
화이트 전 SEC 위원장은 “XRP보다 나중에 개발된 이더리움에 대해 SEC가 유가증권이 아니라고 했는데 왜 리플만 못살게 구느냐”는 취지로 SEC를 비판합니다. 이 논리가 리플 방어 전략의 핵심입니다. XRP는 이미 자기들 손을 떠났고, 이더리움처럼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거죠.
반면 SEC는 XRP 매각에 피고인들이 깊이 개입했고, 특히 두 명의 내부자, 갈링하우스와 라센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따라서 XRP로부터 리플 법인과 두 명의 내부자를 영구히 분리하지 않으면 유사한 위법 행위가 계속된다는 주장입니다.
SEC 고소장을 보면 갈링하우스, 라센과 리플 직원, 마켓 메이커 간에 오간 이메일, 회의 내용 등이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XRP 매각 및 가격 조작에 관여한 전현직 리플 직원들의 신상, 역할 등도 나와요. SEC가 충분히 준비하고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SEC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 전망 : 누구도 긴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
변호인단에 포함된 화이트 전 SEC 위원장조차 법정에서 끝까지 승패를 가를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10월쯤 연방법원이 직권 결정을 하거나, 그 전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요. 일단 양측은 “협상은 없다”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SEC 입장에서도 새로운 위원장 게리 겐슬러의 부담을 고려하면 싸움이 늘어져봐야 득될 것은 없습니다. 당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만 하면 되니까요. XRP와 피고를 분리하는거죠. 쉽게 말해 갈링하우스와 라센한테 물러나라는 거죠. 부당 이익도 벌금으로 내고요.
이 재판은 XRP가 증권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서, 피고를 XRP와 분리하는 결과로 마무리하는게 SEC의 목표입니다. SEC는 XRP의 미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피고들은 어떨까요? 리플 법인은 몰라도 두 명의 내부자는 ‘협상을 한다면’ 적절한 벌금을 내고 회사를 떠나는 선택도 고려할 수 있어요. 리플에 뼈를 묻을 것이 아니라면요.
# 리플에서 분리된 XRP?
리플은 매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XRP를 매각합니다. 전직 CTO도 보상으로 받은 리플을 팔아치우고 있어요. SEC가 원하는대로 갈링하우스와 라센이 물러나면 이러한 매각 방침도 바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중앙에서 누군가 XRP의 시장 공급을 주도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문제는 이들이 회사를 떠나면 리플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겁니다. 리플은 국제 송금을 위해 만들어진 스위프트 체제를 대체해보겠다고 나온 회사입니다. XRP의 존재가 이 목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XRP를 버려도 리플이라는 회사는 살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시장에 홀로 남은 XRP는 어떻게 되죠? 리플 변호인들은 이더리움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이 경우 XRP가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까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리플과 SEC가 협상에 도달하면 XRP는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습니다. XRP가 이런 운명에 처한 것은 이 프로젝트가 중앙화된 리플에서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리플이 협상으로 이 소송을 마무리하고, SEC가 두 명의 임원을 제거하는데 성공하더라도 XRP는 큰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XRP는 분명 이더리움과는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