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선장의 심장은 작은 함 속에 들어있습니다. 해적선 플라잉더치맨 호의 선장은 데비 존스. 함을 열고 심장을 찌르면 그 사람이 새로운 선장이 됩니다. 비트코인이 달러의 심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노회한 데비 존스(미국 정부)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요?
#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배리가 트위터에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글을 썼어요.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경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면 인플레가 온다는 겁니다. 1920년대 독일, 1970년대 미국 상황을 언급하면서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는 바다를 정처 없이 떠도는 무시무시한 해적함 플라잉더치맨이 등장합니다. 이 배의 선장은 심장이 없습니다. 작은 함 속에 들어있죠. 영악한 잭 스패로우 선장이 이걸 들고 도망갔어요. 누군가 심장을 찌르면 플라잉더치맨의 새로운 선장이 됩니다.
글로벌 경제는 금이나 은 등 실물 기반이 없는 종이 돈인 피아트(fiat) 통화, 달러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돌아 갑니다. 달러를 너무 많이 찍다보니 그 달러의 심장이 위태롭다는 주장입니다. 주조비용과 지폐 액면가의 차액인 시뇨리지(seigniorage)와 기축통화로서의 헤게모니를 상실한다는 거죠.
# 트리핀의 딜레마
마이클 배리는 1960년대 의회 청문회에서 달러 역할에 대해 언급한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을 불러냅니다. 트리핀은 만약 미국이 대외 적자를 줄이면, 국제 사회는 거대한 유동성 보유고(reserve source), 준비 통화 지위를 잃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달러가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 유동성 역할을 하는데 그게 중단된다는 거죠. 경기가 위축되고, 시스템이 불안정해집니다.
만약 미국이 적자를 계속 보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집니다. 이 때에도 세계 경제는 달러를 준비 통화로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됩니다. 딜레마입니다.
트리핀은 해법으로 국제 통화 시스템에 ‘새로운 유동성 보유고’를 만들자고 합니다. 이 보유고는 금 또는 화폐에 의존하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세계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도 아니고, 피아트 화폐도 아닌 비트코인은 그 후보가 될 수 없나요? 배리는 될 수 없다고 합니다.
# 중국의 부상 그리고 비트코인
배리는 글로벌 경제가 ‘피아트 통화 체제’하에서는 큰 규모의 경제가 제공하는 유동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스위스 돈이 유동성 보유고, 즉, 준비 통화가 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스위스 경제 규모가 너무 작아요.
배리는 10년 안에 중국의 GDP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고, 미국의 막대한 부채는 달러의 힘을 빠르게 약화시킬 것으로 봤습니다. 선장이 없으면 안되는 플라잉더치맨 호처럼 누군가 선장이 되어야하죠.
배리는 새로운 선장이 위안화라고는 말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트리핀의 딜레마를 풀지 못한다고 얘기합니다. 심장 없이, 끊이 없이 유동성을 펌핑하는 큰 규모의 실물 경제가 필요하다는 거죠.
#피아트 통화 시스템에 대한 반란
배리의 가정은 글로벌 경제가 기존의 통화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이 전제를 폐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국가는 분명히 주조권을 포기히자 않을 겁니다. 시뇨리지, 기축통화, 이걸 놓치기 싫은 거에요. 비트코인이나 금을 탄압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비트코인같은 디지털 화폐는 그것이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위협이 됩니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혁명군이에요.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혁명군에 군자금을 대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데비 존스 선장은 결국 심장이 찔려 죽습니다. 플라잉더치맨 호는 새로운 선장과 함께 이전처럼 영원히 바다를 떠돌아요. 이 배를 아예 안전한 항구로 몰고갈 수는 없을까요.
“문제 자체는 문제가 아니야. 진짜 문제는 문제를 대하는 너의 자세야(The problem is not the problem. The problem is your attitude about the problem)”
데비 존스의 심장을 훔친 꾀돌이 잭 스패로우의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