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디지털 달러가 최우선 순위 프로젝트”라고 밝혔죠. 파월 의장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23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말했습니다.
“빨리가 아니라 올바르게 해야한다”는 건데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한국은행도 올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죠.
연준은 뭘 고민하고 있을까요? 뜻밖에 이틀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답을 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연준 의장을 역임했죠. 지금 파월 의장과 콤비를 이뤄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막아야하는 상황이니까, 디지털 달러에 대해서도 교감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첫째, 은행에 미칠 영향
옐런 장관이 지난 월요일 뉴욕타임즈 웨비나에서 “디지털 달러는 보스톤 연방은행과 MIT가 함께 연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달러는 “빠르고, 안전하고, 싼 결제”를 추구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몇 가지 고민을 얘기합니다.
우선 은행 시스템에 어떤 충격을 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사람들이 은행 예금을 빼서 연준 디지털 계정으로 대이동을 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예금이 빠져나간 은행은 어떻게 하죠?
디지털 달러를 핸들링하는 것은 연준이고, 발행 주체도 연준이니까, ‘중간자’인 은행을 경유할 이유가 없겠죠. 클릭 몇 번으로 연준과 직접 거래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다음 문제가 생깁니다.
# 둘째, 연준의 기능
연준이 소매 소비자를 상대해야할까.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이어서 지금까지는 시중 은행만 상대했어요. 디지털 달러의 ‘원장’은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으니, 일반 국민들이 디지털 달러를 가지고 연준과 금융업무를 보게 되는 거죠.
소매 소비자가 아니라면 도매 판매 수준에 대해서만 연준이 상대를 해야할까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금융회사들이 연준에 계좌를 열고, 금융업무를 볼 수도 있겠죠. 이런 경우 예치돼 있는 디지털 달러에 쬐끔이라도 이자를 줘야하나, 이런 고민들이 생기는 겁니다.
# 셋째, 금융 안정에 미칠 영향
디지털 달러가 전체 금융 시스템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은 시중 은행이 있고, 그 은행을 통해서 통화정책을 구현합니다. 디지털 달러 시대에도 기존의 통화정책 채널이 작동할까요?
시중 돈을 묶어놓거나, 더 풀어야할 때, 어떤 장치를 써야할까요? 돈이 풀리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자산 버블이 생기고, 너무 느리면 경기 침체가 옵니다. 연준이 디지털 달러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을까요?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요?
# 넷째, 자금 세탁과 불법 자금 이슈
디지터 달러는 옐런 말대로 빠르고, 안전하고, 더 싸요. 마피아들이 불법 자금을 운반하느라 황금이나 달러 다발을 숨긴 배를 쓸 필요가 없어요. USB 하나에 수 억 달러를 담아 몰래 공항을 통과하면 어떻게 하죠?
옐런은 이런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옐런이 말하지 않았지만 지정학적인 역학 관계도 생각해봐야합니다. 중국이죠.
# 중국 위안화의 디지털 굴기
디지털 달러가 도입된다고 칩시다. 중국이 이걸 못할리 없고, 어쩌면 더 먼저 할 수도 있어요. 기술력이 딸리는 것도 아닌 것 같구요. 디지털 달러와 디지털 위안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쟁한다고 할 때 달러가 지금처럼 압도적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국제 교역만 보면 미국과 중국이 대등하거나, 더 큰 부분도 있어요. 결제 통화는 달러가 압도적입니다. 특히 국제 원유. 만약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석유 대금 결제를 위해서 연준과 인민은행에 계좌를 만든다고 해보죠. 디지털 달러와 디지널 위안이 무슨 차이가 있나요? 아람코가 디지털 달러만 고집할까요?
이런 고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옐런과 파월 콤비 입장에서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이 그닥 달갑지 않은 이유들도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라이제이션 자체가 도전이고 위협인 겁니다. 스케이블코인은 그래도 나아요. 그 가치를 법화(fiat)에 연동시킨거니까요. 파월 의장이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때문입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손밖에서 노니까 훨씬 까다로운 겁니다.
중국 관료들도 옐런 동영상을 봤을 겁니다. 디지털 위안 테스트에 미국의 고민을 반영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