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간의 법률 공방이 치열합니다. 지난 22일 본격 재판에 앞서 열린 예비 심리에서 양측이 첫 대결을 벌였습니다.
리플 소송을 추적하고 있는 제이미 호건 변호사의 관전평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SEC의 공격 지점과 리플의 방어 논리가 분명해졌습니다.
# SEC, 갈링하우스의 말꼬리 잡기
SEC는 정공법을 썼습니다. 호건 변호사에 따르면 약 3분 정도 SEC 입장을 요약 진술했는데요. 2013년과 2015년 피고들이 주도한 XRP 판매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특히 갈링하우스가 “나는 오랜 동안 XRP를 들고 있겠다”고 한 것을 강조했답니다.
피고들이 XRP를 마치 리플 회사의 주식처럼 들리도록 얘기했다는 거죠.
리플 소송과 가장 유사한 KIK 코인은 언급조차하지 않았습니다. 캐나다의 메신저 서비스 킥이 2017년 무단 ICO를 했다가 SEC에 고발 당한 사건입니다. 지난해 10월 킥은 500만 달러 벌금을 내고 소송을 종결했습니다.
# 리플 변호사, 2019년에는 문제 없었다
리플 변호인단은 2019년 일부 거래소가 SEC에 질의한 내용을 새로운 방어 카드로 썼습니다. 거래소들이 SEC에 질문을 했다는 거에요. “우리가 XRP를 매매해도 되나? 증권이니까 하면 안되나? 가르쳐달라.”
SEC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어요. “증권이니까 팔지 말라”고도, “팔아도 된다”고도 안했다는 거에요. 리플랩스 법률고문 스튜어트 알데토리는 “SEC와 상대한 거래소들은 XRP 거래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허용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2019년에는 허용하고, 2020년 12월에는 소송을 걸고, 그 사이 뭐가 바뀌었느냐는 주장이죠.
# No Action Letter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라는게 있습니다. 행정기관에 물어봐요. 이건 어떻게 하죠, 해도 되나요? 그러면 담당 공무원이 편지를 하나 써줘요. 법집행이나, 규제조치를 취하지 않겠다(no action)는 내용으로요.
리플 변호인단이 말한 사례가 이런 경우로 보입니다. 비조치의견서는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리플 변호사는 SEC가 아무 얘기를 안했으니, 즉, 금지하지 않았으니 허용한 것이라는 거에요. 그럴듯하죠?
# 법적구속력이 없다
비조치의견서는 법적구속력이 없습니다. 편지에서 ‘노 액션’이라고 했지만 행정기관이 나중에 액션을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못해요. 앞에 노 액션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어떤 상품에 대해 법집행 기관이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상황이에요. 내사를 벌이고 있는거죠. 그런데 비조치의견서가 와요. “이거 해도되요?” 이렇게. 답을 어떻게 합니까. 해도 된다고도 할 수 없고, 하면 안된다고도 할 수 없어요. 안된다고 하면 “뭔가 뒤지고 있구나”라고 상대가 생각할테니까요. 수사 기밀을 상대가 알게되는거죠.
리플 변호사도 비조치의견서의 뜻을 알지만 의도적으로 과장을 한 겁니다. SEC의 일관성 결여를 공격하려고 ‘노 액션 레터’ 건을 들고 나온거죠. 일부 거래소의 질문에 SEC가 답을 하지 않은 것은 적극적인 관찰이나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왜 다 지난 일을 이제 와서 기소까지 했느냐” 리플 변호인단이 처음부터 주장한 포인트입니다.
SEC 고소장을 보면 갈링하우스와 라센의 업무 지시 사항을 일일이 써놨어요. 자료 수집과 관계자 진술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얘깁니다. 비조치의견서 접수 시점에 이런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면 답을 할 수 없는게 당연합니다.
1회전이 끝났군요. SEC는 갈링하우스와 라센의 가격 조작을 공개해 선빵을 날렸구요. 리플측은 비조치의견서로 맞받아쳤습니다. 싸움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