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3월21일 오전 9시 14분 전송한 기사를 다시 전송합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코인베이스에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3월로 예정돼 있던 나스닥 직상장을 4월로 연기했습니다. 미국 감독당국의 이상 기류를 점검합니다.
코인베이스가 주말 사이 원투 펀치를 맞고 휘청하는 모습입니다. 블룸버그는 20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코인베이스 나스닥 직상장이 4월로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전날 코인베이스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거짓 보고 및 투자자 유도, 부정확한 매매 정보 제공 등으로 650만 달러 벌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지난 12일에는 CFTC가 바이낸스에 대해 미국인 대상 거래와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국 감독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CFTC “이건 메시지다”
CFTC의 조치 내용을 보면 코인베이스는 2015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부풀려진 거래량’을 투자자와 대중들에게 제공했습니다.
CFTC는 “거짓 보고 및 투자자 유도, 부정확한 매매 정보 등은 디지털 자산 가격의 통합성을 저해한다. 이번 조치는 감독당국이 매매 정보의 통합성과 투명성을 보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This enforcement action sends the message that the Commission will act to safeguard the integrity and transparency of such information)”고 명시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해당 기간 중 헤저(Hedger)와 레플리케이터(Replicator)라는 두 가지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두 프로그램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주문을 생성하는데 그 내용이 일치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코인베이스 프로(GDAX)에는 코인베이스가 GDAX 상에서 매매를 한다는 것을 공개했습니다만, 코인베이스가 한 개 이상의 매매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복수 계좌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두 프로그램은 코인베이스가 보유한 계좌들 사이에서 매매를 일으켰고, 그 거래량 통계가 코인마켓캡 같은 업체에 제공되면서 ‘부풀려진 거래’를 대중들에게 전파하게 됩니다.
CFTC는 이 같은 자기매매(Self Trading)를 거짓 보고 및 투자자 유도(Reporting false, misleading)에 해당한다고 판단, 제재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아울러 내부 직원 한 명이 라이트코인 매매량을 부풀리는 가장매매(Wash Trade)를 했고, 코인베이스에 감독책임을 물었습니다.
# 명분은 “통합성과 투명성”
코인베이스 직상장 서류를 받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들여다보는 것, CFTC가 거래소의 자기매매를 점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걸 하라고 공무원 월급을 주는 거니까요. 시기와 강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겁니다. 코인베이스가 직상장을 발표한 전후로 디지털 자산시장이 유례없는 랠리를 벌이고 있으니까요. CFTC가 바이낸스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낸스는 미국 법인도 아니고, 설립자들이 미국인도 아닙니다. 디지털 자산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미국 사법 당국의 관활권 밖에 있죠. 그런데도 “들여다보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명분은 가격의 통합성(Integrity of digital asset pricing), 거래 정보의 투명성(Transparency of information), 고객정보 확인 및 자금세탁 방지(KYC/AML) 등입니다. 금융회사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고 있는지 보겠다는 거죠.
코인베이스는 SEC와 교감하면서 다음달 직상장 허락을 받으려고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SEC는 새로운 수장이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고, 디지털 자산시장에 대해 첫 메시지를 보낼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려할 겁니다.
CFTC가 시장 측면에서 메시지를 보냈으니, SEC는 정책 측면에서 메시지를 보내겠죠. 어떤 이유로든 직상장이 철회된다면 메시지는 분명해집니다. 비트코인 ETF도 물건너가는 겁니다.
# 디지털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
파월 연준 의장의 지난주 기자회견을 떠올려 보시죠. “우리가 가진 정책 수단은 통화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 규제 등 다른 수단도 있다.” 저금리가 자산버블을 조장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답한 겁니다. 모든 공무원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준은 거시경제 정책을 수행하지만 은행 감독권도 가지고 있잖아요. 지난 금요일 월가를 긴장시킨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규제 혜택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죠.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돈 줄을 죌 수 있는 수단이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시장에서도 과도하게 가격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감독권을 이용해 시장 에너지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기존 두 가지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거죠. 첫째, 레거시 금융시장의 금리 움직임.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초점.
둘째, 디지털 자산시장 자체의 미시적인 데이터 변화. 특히 레거시 금융시장에서 유입된 스마트 웨일의 행동 팬턴과 기존 메타 웨일의 특성 지표를 체크.
셋째, SEC, CFTC 등 규제 당국의 행동에 촉각. 캐나다가 ETF를 허용했으니 미국도 허용할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기대는 금물.
미국 금융시장이 개장하는 월요일까지 디지털 자산시장에서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 통상적인 위험관리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