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자동차 결제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지난 2월 9일 오전 7시 2분 전송한 ‘테슬라, 보유현금 7.7% 비트코인에 투자…노림수가 뭐냐?’ 기사를 다시 전송합니다.
테슬라는 왜 비트코인에 투자했을까요?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좋아해서? 머스크는 기업인이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노림수가 있는 것 같아요. 우선 테슬라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0K 서류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비트코인 15억 달러..보유현금의 7.7%
작년 말 기준 테슬라는 193억80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15억 달러면 7.7%에 달합니다. 단일 투자로는 많은 액수입니다. 우리 돈으로도 1조7000 억원이나 되는 거금입니다.
비교를 해보죠. 현금흐름표에서 작년 말 기준 테슬라가 각종 투자 활동에 쓴 돈이 31억3200만 달러에요. 공장 짓고, 기계 들여 놓고 한 돈이죠. 이 돈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이번에 비트코인 매입에 썼어요.
테슬라는 보통주 발행 등으로 작년에 99억7300만 달러 플러스 현금흐름을 발생시켰어요. 이 금액의 15% 가량을 비트코인에 쏜 겁니다.
# 왜 샀냐구?
10K는 재무 관련 서류인데요. 회계적으로 위험 요소를 쓰게 돼 있습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 매입과 관련 리스크를 먼저 밝힙니다.
“우리는 시장 가격 변동이 크고, 손상 및 고유한 손실 위험이 있는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유할 수 있다(We hold and may acquire digital assets that may be subject to volatile market prices, impairment and unique risks of loss)”
그러면서 곧바로 비트코인을 산 이유를 열거합니다.
남는 현금에 대한 투자 정책을 1) 더 유연하고 2) 더 다양화하고 3) 수익 극대화 쪽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거에요. 감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대체 보유 자산(alternative reserve assets)을 찾았는데, 1) 디지털 자산 2) 금(골드) 3) 금 ETF 등이 포함됩니다.
이 정책에 따라 15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투자했다고 밝힙니다.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매수할 수 있고 또 장기간 보유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그러면서 “가능한 법률에 따라 그리고 제한된 범위에서, 가까운 미래에” 테슬라 제품 결제에 비트코인을 받아 들이겠다고 선언합니다.
비트코인을 투자 목적으로도, 제품 판매를 위해서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페이팔 가이
머스크는 연쇄 창업가에요. 25세에 첫 창업을 하고, 엑싯한 돈으로 멋진 스포츠카를 뽑죠. 남은 돈으로 다시 스타트업을 시작합니다. 그게 페이팔이에요. 2002년 페이팔은 이베이에 매각되는데요. 31세의 머스크는 이 때 1억 달러 이상을 손에 쥐게 됩니다. 테슬라 종잣돈이죠.
머스크가 트위터에 “도지코인 멋져” 이런 농담(?)을 던지면서, 페이팔의 암호화폐 채택을 유심히 살펴본 것 같아요. 이걸 자기 사업에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관찰했겠죠. 실제로 라스 베가스 럭셔리 자동차 딜러들은 비트코인으로 부가티를 산다고 하면 받아 줍니다. 페이팔, 비트코인, 테슬라… 브랜드 이미지가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테슬라가 제출한 서류 중에 비트코인 결제와 관련 “which we may or may not liquidate upon receipt”이라는 표현에도 눈길이 갑니다. 비트코인을 자동차 판매 대금으로 받아서 달러로 바꾸지 않고 한동안 들고 갈 수도 있다는 건데요.
15억 달러 어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장차 판매 대금으로 비트코인이 또 들어와요. 이렇게 축적된 비트코인으로 뭘하죠? 디지털 에셋 오토 파이낸스 같은 게 연상됩니다.
#테슬라 다음 기업을 위하여
선빵은 테슬라. 뒤따를 기업들을 위해서 테슬라는 서류에 몇 가지 참고 사항을 남겨뒀습니다. 위험 요소를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첫째, 디지털 자산은 변동성 위험이 크다. 가치 변동에 따라 재정적 손상,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있다. 회계 처리 방식이 바뀔 수도 있다.
둘째, 물리적 형태가 없고, 기술에 의존함에 따라 악성 공격, 기술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 사이버 공격, 개인키 손실, 컴퓨터 오작동 위험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다.
셋째, 디지털 자산의 일부 또는 전체적인 유실이나 손실이 있을 수 있고, 이는 재무 상태에 영향을 준다.
#결정을 내린 사람들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 및 결제 채택. 가능성과 위험성을 평가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머스크의 제안을 승인한 감사위원회 면면이 흥미롭습니다. 위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도 비트코인 투자나 결제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위원장은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입니다. 주피터네트워크, 도요타 호주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위원은 안토니오 그라시아스(투자회사 발로르 CEO), 히로미치 미주노(금융전문가), 제임스 머독 등입니다. 제임스 머독?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의 아들입니다. 비트코인이 인싸 중의 인싸 속으로 들어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