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의 3월 소비자 물가가 예상 보다 큰 폭 상승, 미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아직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완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단계는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6%, 그리고 전년 대비 2.6%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비 0.5% 그리고 전년비 2.5% 상승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다.
3월 소비자 물가 연간 상승률 2.6%는 2월의 1.7%를 크게 넘어서는 것으로 2018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3월 소비자 물가 상승폭이 커진 것은 휘발유 가격이 전월비 9.1%, 전년비 22.5%나 급등한 게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CNBC에 따르면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피어스는 3월 소비자 물가는 “기업 서베이와 생산자 물가에서 분명히 나타난 점증하는 인플레이션 신호들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금까지 나온 가장 분명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CNBC는 3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아 보이지만 연준 정책결정자들뿐 아니라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물가는 4월에도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 관리들은 인플레이션 단기 급등을 근거로 정책을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1일 저녁 CBS ’60분’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물가의 단기 상승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연준의 입장은 근원 소비자물가에 의해서도 일부 뒷받침된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3월 근원 소비자 물가는 전월비 0.3%, 전년비 1.6% 각각 올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도 중대 관심 사안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간주하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연준의 금리 인상 등 통화긴축정책으로 이어져 위험자산인 암호화폐를 압박할 가능성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