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암호화폐에 사기꾼과 투기꾼이 많다고요? 그래서 안 된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 아닌가요.”
최창환 블록미디어 대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 발언으로 투자자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28일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두고 “투기성 강한, 내재가치 없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 해줘야 한다” 등의 발언에 투자자 불만은 고조됐고,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블록미디어는 이런 은 위원장 발언을 담은 기사를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로 만들면서 주목 받았다.
NFT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한 것이다. 이 ‘은성수 코인’은 만들어진 지 2시간 만에 1이더리움(약 270만원)에 팔렸다.
최 대표는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시스 인터뷰에서 “은 위원장 발언은 지난 3년 전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지’ 발언에서 변한 게 없는 수준”이라며 “그 사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세계는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었다. 정부는 이를 실체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더리움 등을 기반으로 많은 프로젝트가 나왔고 부가가치를 계속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은 육성하더라도 암호화폐는 안 된다는 정부 정책이 3년 째 유지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비즈니스 수단으로 블록체인 효율성을 이용하는 건 괜찮다는 식이다. 하지만 암호화폐와 분리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을 혁신적인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핵심에 암호화폐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나오고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자금이 암호화폐로 조달된다. 즉 정부가 코인을 투기수단으로 여기고 외면한다면 블록체인 산업을 진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은 위원장 발언에 “주식·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어떤 자산에 투자하든, 손실을 입든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 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며 동의했다. 다만 투기란 지적에는 “암호화폐가 어떻게 실체를 갖춰가는지 정말 사업성은 있는지 분석해 투자하는 젊은분도 많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거품이자 사기성이 짙다는 비판엔 “새로운 시대가 열릴 때마다 항상 혁신의 옆에는 사기꾼과 협잡꾼이 들끓었다. 인터넷 시대 초창기에도 사기꾼은 있었지만 그 속에서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위대한 기업과 혁신이 탄생하지 않았나. 물론 현재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코인 중 사기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 수많은 젊은이들과 프로젝트가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뛰어들고 있는데 사기가 있고 거품이 꼈다며 창의성을 발휘할 길을 막는다면 구더기 무서우니 장 담그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삶의 영역이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가고 여기에서 새로운 경제가 만들어지며 또 여기에서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가 이렇게 변하는데 우리만 세상과 문 닫고 살려는 건 아닌가”라며 “자꾸 죄악시하고 투기 수단으로 치부하며 진입을 막는다면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결국 대한민국을 떠날 것이다. 국내에 일자리가 부족하다면서 아직도 제조업 위주의 세계에 갇혀 새로운 경제가 열리는 길을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