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지난 1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가 가상자산 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무분별한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 “정부, 가상자산 정책 협의체가 아니라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정부는 가상자산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된 2017년 이래 정부는 금융위원회 등 10개 부처 협의체 형태로 현안해 대응해왔다. 조사처는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관한 정부의 공식입장이 표명되지 않아 가상자산 거래 정보 투명성 확보, 거래피해 방지 및 구제방안 등에 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관계부처간의 입장이 서로 다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의 기존 인식은 가상자산을 ㅘ폐, 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핀테크(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현황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자산을 포함시켰다.
한국은행은 가상자산이 “화폐, 전자지급수단, 금융투자상품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유형적인 실체 없이 전자적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독립적인 매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품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에 대하여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며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조사처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 설계는 혁신산업의 하나로 장려·발전시키고자 하는 진흥에 초점을 둘 것인지, 과도한 투기와 피해자 보호를 막기 위한 규제에 방점을 둘 것인지, 양자를 어떻게 적절히 혼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상자산거래는 여러 부처의 소관 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해 규제보호·대상 및 내용을 명확히 시장에 제시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가 아닌 부처 간 조율의 체계화를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 구축 또는 주무부처 지정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언급했다.
◆ 정부, 가상자산 투기 억제 위한 규제 필요
보고서는 무분별한 투기 억제 방안도 제시했다. 조사처는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을 반영해 새롭게 (법적) 정의를 규정하고, 기능 및 용도에 따라 이용자의 권리 및 의무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무분별한 가상자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에게 가상자산과 관련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는 가상자산 관런 범죄 예방 및 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헤 2015년 6월부터 금융감독 규정을 개정해 가상자산 취급업자가 관련 리스크와 계약 조건 등을 공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조사처는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해 가상자산 발행 규모나 위험성을 명시한 ‘백서’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피해자 보호 마련과 해킹 사고 관련 규제 제시
조사처는 이어 피해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시세조종행위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등 부정거래행위 금지, 시장질서 교란행위금지 등에 대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 상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가상자산 시장에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상자산 취급업소 해킹 사고에 대해서도 규제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가상자산 취급업소에 고객 암호자산을 신뢰성이 높은 방법(콜드월렛 보관) 으로 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일본처럼 이용자 인출권 보호를 위해 이행보증가상자산을 의무적으로 보유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상자산, 소극적 대응이 아닌 적극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
조사처는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면서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개입 여부를 고민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기 열풍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2017년 이후 거래소 해킹 및 시세 조작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 및 소관 부처, 정책 방향, 과세 방안, 시장질서 확립, 피해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조사처는 가상자산 규제를 새로운 단일법을 통해 규제하는 방안과 기존 법률 개정을 통해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단일법은 가상자산 시장을 통일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참가자와 규제 당국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조사처는 “어떤 방법이든 현행 법률과의 충돌이 없도록 유의하고, 무분별한 투기를 막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입법목적이 충실히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