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프로메타 연구소] 암호화폐 맏형은 누가 뭐래도 비트코인이다. 디지털 골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요즘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이더리움이다. 비트코인을 따돌리고 최고 암호화폐에 등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가상화폐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더리움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이더리움(Ethereum)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들어보자.
이더리움은 대지의 여신
이더리움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지구)’라고 할 수 있다. 대지 위에서 모든 것이 태어나고 성장한다. 대지 위에서 사계절이 순환하고, 삶과 죽음을 반복한다. 생명이 태어나고 진화를 통해 발전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모든 신들의 조상이다. 넓게 보면 신들이 만든 인류의 조상이기도 하다.
이더리움이 그렇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코인(이를 alternative coin, 알트코인이라고 한다)들의 뿌리가 이더리움이라고 할 수 있다. 비탈릭 부테린이란 천재가 만들었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국가나 은행 등 중앙의 신뢰 기구가 없는 탈중앙화된 화폐를 꿈꿨다. 이더리움은 이러한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정신에 계약 기능까지 집어넣은 것이다. 바로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다. 이더리움 네크워크 위에서 누구나 정해진 룰에 따라 작동하는 스마트 콘트랙트를 만들 수 있다.
스마트 콘트랙트라는 마술
예를 들어보자. 한 사업가가 다음과 같이 투자 자금을 모집한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업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사업에 투자하고 싶으면 언제까지 이더리움을 입금해라. 그러면 투자 대가로 코인 A를 1이더리움당 10개 주겠다. 정해진 기일까지 100이더리움을 모을 계획이다. 안 되면 투자 원금은 돌려주겠다. 앞으로 A코인은 총 얼마를 발행하겠다.”
이 공지를 본 투자자들은 공지된 지갑으로 이더리움을 보낸다. 물론 A코인의 사업성 검토를 충분히 했다는 전제가 따른다. 예상대로 100이더리움이 모이면 사업가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자금모집이 실패하면 투자금은 ‘자동으로’ 투자자들에게 되돌아간다.
지금 설명한 사례가 2017~2018년 크게 유행했던 ICO(Initial Coin Offering·코인공모)이다. 주식시장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주식공모)와 유사한 이름을 붙였다.
이더리움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고 네트워크다. 여기서 사용하는 암호화폐를 이더 또는 이더리움이라고 한다.
디파이, NFT 등 사용처 증가
최근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디파이(DeFi : Decentralized Finance·탈중앙금융), 대체불가토큰(NFT : Non fungible Token) 등의 뿌리가 이더리움에서 출발한 스마트 콘트랙트다. 이더리움의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더리움 위에서 대부분의 블록체인 사업 모델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소멸하고 있다. 그 자양분이 스마트 콘트랙트인 것이다.
이더리움을 지구와 비교하는 것은 순환하는 생태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게임들이 블록체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번 연재에서 다뤘던 디센터럴랜드(MANA)가 대표적이다. 예전 게임은 중앙서버를 가진 사업자가 아이템을 컨트롤했다. 블록체인 게임에서 아이템은 내 것이다. 내가 아이템을 만들고 키우고 팔 수 있다. 팔아서 만든 디센터럴랜드의 가상화폐는 유니스왑에서 교환한다. 교환가격이 적정한지 비교해 주는 코인도 있고, 정당한 가격을 계산해 주는 프로젝트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부가가치를 만드는 선환구조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더리움처럼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을 갖춘 도전자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카르다노 같은 블록체인이다.
경쟁과 발전… 속도는 빨리, 비용은 낮게
이더리움은 기술적으로 처리 속도가 느리고, 수수료도 다소 비싸다. 카르다노 같은 다른 블록체인이 이 점을 파고들어 마케팅하면서 이더리움을 떠나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이더리움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더리움이 지구라면 다른 블록체인들은 달이나 화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계가 아직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더리움 진영의 개발자들은 지속적으로 개선 아이디어를 내고 타임스케줄을 제시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속도와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다.
화폐를 꿈꾸며 출발한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로 자리매김하고, 이더리움이 모든 블록체인 관련 사업의 대지가 된다면 그 가치가 비트코인을 능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이더리움이 사상 처음으로 4,100달러를 돌파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5만 달러대에서 횡보 중이다. 이더리움의 약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유 있는 이더리움 상승세
첫째,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더리움이 세상을 바꾸고 산업을 바꾸고 있다. 이더리움을 이용하기 위한 수요가 늘고 가격도 올라간다. 펀더멘털이 더욱 강화되고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더리움 위에서 실제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가치 사슬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수천 종의 탈중앙화프로젝트(DApp)가 이더리움에서 가동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블록체인 게임 속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상자산을 받아간다. 이를 블록체인 기반 금융에서 교환하고 이자도 받는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서 우리의 삶을 편하고 재미있게 만들면서 부를 만들어 내는 디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디앱들이 이더리움 위에서 작동한다면 이더리움의 가치도 자연히 올라가는 것이다.
둘째, 시장에서 공급되는 이더리움이 줄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게코 자료에 따르면 디파이에 예치된 코인의 총예치물량(TVL)은 1,43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00배 이상 늘어났다. 디파이의 대부분은 이더리움 기반이다.
유동성 공급자로 불리는 고객들은 디파이에 디지털 자산을 넣어두고 수수료를 받는다. 디지털 자산을 교환하는 고객이 내놓은 거래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이때 이더리움이 가장 많이 쓰인다. 이더리움을 넣어두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일반 거래소 시장에서 판매목적으로 공급되는 이더리움은 줄게 돼 있다. 디파이가 성장할수록 이더리움의 거래소 공급이 주는 것이다.
셋째, 이더리움 가성비가 좋아졌다. 이더리움 생태계가 커지면서 속도가 느려졌다. 한정된 네트워크에 이용자가 몰리다 보니 급행료도 생기고 처리수수료가 높아졌다. 플래시봇(flashbots)이라는 팀이 거래를 모아서 처리하는 방법으로 이더리움 사용료를 절약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처리속도를 높이는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도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거래 처리 능력이 커지고, 비용은 낮추는 노력이 계속되면서 이더리움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넷째, 주류 금융자본이 매입하기 시작했다. S&P 다우존스 인다이시스가 이달 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추적하는 지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수를 기반으로 월가는 이더리움에 대한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JP모건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능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냈다. 기관투자가의 참여는 당연한 것이다. 인터넷 기업들의 대표인 FAANF도 불과 5년 만에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경험은 없다.
기관의 참여는 이더리움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이고 역으로 이더리움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이 기사는 5월 15일 한국일보에 게재된 ‘[기승전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을 따돌릴까’ 칼럼을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