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빗썸이 21일 보도자료를 냈어요. 빗썸 상황을 모르는 바도 아니어서 착잡한 심정으로 자료를 봤습니다.
“빗썸은 특정 주주와 연루된 BXA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중략) 특정 주주는 주주의 한사람일 뿐이며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고, 당사는 전문경영인 및 임직원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사 오너를 오너라 부르지 못하고, 대주주를 대주주라 부르지 못하니…
홍길동에게 적서차별이 있었다면, 빗썸한테는 특금법이 웬수 같은 거죠. 빗썸 경영권 분쟁은 역사가 길고, 해결 실마리도 잡히지 않습니다.
오너가 경찰 조사 후 사기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에서 규제 당국에 찍히면 특금법 신고 시 불이익을 받을까 노심초사죠. 이정훈 빗썸 의장이 당당히 오너 이름을 되찾고, 어려운 국면을 잘 돌파했으면 좋겠습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겉으로 활짝 웃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암호화폐 거래량이 쑥쑥 늘어나고, 직원들은 스톡옵션을 받고, 나스닥에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축하할 일이 많은데 눈치가 보입니다.
지난 달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시장을 사실상 투기판으로 몰아가면서 “장사 잘 된다는 티”를 내지 못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거래소는 업비트 독주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1위 업비트와 2, 3위 거래소는 거래량 단위부터가 다릅니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조심 또 조심이죠.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가 주식 수수료보다 10배 비싸지만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죠. 규제 당국이 뭐라고 하기 전에 조용히 수익을 올리면 됩니다.
두나무 일부 주주들은 구주를 매각하는 모양입니다. 기업 가치가 9조 원을 넘는다고 하니 창업자 송치형 의장은 자랑스러울만 합니다.
송 의장이 검찰에 고발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특금법 신고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니까요.
국내 최고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디지털 자산시장을 리딩하면서 어깨 펴고 할 말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