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요즘 난리가 아닙니다. 정부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시한을 9월 24일로 최종 결정하면서 비상이 걸렸거든요.

정부 대책 회의에서 연기론도 있었던 모양인데, 금융위원회를 주관 부처로 확정하면서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은행 계좌가 있는 4개 거래소는 물론 제도권 편입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중소 거래소들이 거의 모든 ‘라인’을 동원해 로비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 계좌를 열어 달라는 거죠.

빗썸, 업비트는 대주주 관련 위법 사실이 혹시라도 신고에 영향을 줄까 노심초사입니다. 이런저런 사건 사고를 일으킨 중소 거래소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국회의원들은 기회는 찬스라고, 앞다퉈 업권법을 발의합니다. 청년층 표를 의식한거죠. 평소에 신경을 좀 써주지.

가상자산사업자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의 능력에 대한 의심입니다. “얘네들이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해킹 방어, 위법 행위 걸러내기, 투자자 보호, 공시, 이런 걸 잘 할 수 있을까?”

그 능력을 ISMS 인증으로, 은행 계좌로 검증하려는건데요.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기존 금융사들은 어떨까?

‘NH투자증권이 암호화폐 매매 중개를 한다면 아로와나같은 코인을 거래할까?’

다음 순간 멍청함을 깨달었어요. NH증권이 문제의 옵티머스 펀드를 판 대표적인 증권사이기 때문입니다.

‘NH 암호화폐 거래소도 아로와나 코인을 거래할지도 모른다’

금융산업은 정부 규제를 받습니다. 역으로 규제 안에서 기득권을 누려요. 디지털 자산시장은 혁신 시장인데, 그 안에서 이상한 일도 많이 일어납니다. 아로와나처럼요.

그렇다고 이 혁신을 기득권에 쩔어 있는 기존 금융사의 손에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NH은행이 빗썸 은행 계좌를 열어주지 않으면 빗썸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자체를 못합니다.

빗썸이 아로와나같은 이상한 코인을 거래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NH은행이 빗썸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도 이상합니다.

혁신은 그 자체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요? 빗썸에서 아로와나가 펌핑하는 것을 막는 것은 누구의 일인가요?

업비트를, 고머니2 공시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기지 않게 강제하는 것은 K뱅크일까요?

코인원이,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고객과 진실 게임을 벌일 때 NH가 심판을 봐야할까요? 은행 계좌를 무기로요?

코빗이, 자주 전산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신한은행 전산팀에서 손봐야할까요?

혁신을 혁신할 준비가 돼 있는 거래소라면,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특금법 신고서를 당당히 제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능한 정부와 기득권에 쩌든 금융사, 혁신을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는 고인물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난장을 벌이는 사이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새로운 디지털 자산 상품을 내놓을 궁리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우리는 또 혁신에서 멀어지고, 디지털 자산이라는 신세계에서 변방으로, 변방으로 밀려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