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7월 16일 ‘중국 디지털 인민폐의 연구개발 진전 백서(中国数字人民币的研发进展白皮书)’를 발표하고 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공개된 디지털 인민폐(디지털 위안) 백서와 브리핑을 통해 최소한 여섯 가지를 알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의 디지털 인민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백서에 따르면 일부 블록체인 기술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중국의 디지털 인민폐 명칭은 ‘e-CNY’
중국의 디지털 인민폐 명칭은 ‘e-CNY’로 잠정 결정됐다. 기존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는 표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백서에 따르면 ‘e-CNY’는 국제적 약어 사용 관례에 따른 것이다.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 명칭은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연구소가 일련의 특허를 내면서 2016년 3월 25일 D-RMB(D통화라고도 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DCEP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다시 디지털 인민폐(e-CNY)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서에서는 여전히 ‘잠정적’이라고 밝히고 있어 향후 명칭이 바뀔 수도 있다.
2. 고위 관리들이 직접 언론 브리핑 진행
언론 브리핑에 고위 관리들이 직접 참석해 진행했다. 인민은행 부총재 판이페이(范一飞), 화폐금은국장 루오루이(罗锐), 화폐금은국 부국장 천젠신(陈建新), 디지털화폐연구소장 무창춘(穆长春) 등 고위 관리들이 참석해 디지털 인민폐의 연구개발과 진도에 대해 종합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한 점은 그만큼 이번 백서의 중요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이번 백서는 최종적인 백서가 아니다
이번 백서는 여전히 과도기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중국 디지털 인민폐의 연구개발 진전 백서’는 ‘중국인민은행 디지털 위안화 연구개발 실무그룹’ 명의로 발표됐고, ‘중국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소’ 또는 인민은행의 특정 부서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언론 브리핑에 고위 관리들이 참여했다는 점과 함께 디지털 인민폐의 연구개발이 상징적인 단계로 접어들었음은 명확해 보인다.
4. 암호화폐, 스테이블 코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디지털 인민폐는 암호화폐, 스테이블 코인과 대립하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백서에서는 e-CNY의 연구개발 배경을 언급하고 있는데, 세 번째 부분에 암호화폐를 지칭하면서 기본적으로 모든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백서에서는 암호화폐, 특히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비트코인의 출현 이후 민간에서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출시했다.
불완전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1만 개 이상의 암호화폐가 있으며 총 시장 가치는 1조300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탈중앙화’, ‘완전한 익명성’을 주장하지만 가치 유지의 어려움, 급격한 가격 변동, 낮은 거래 효율성과 막대한 에너지 소비 등으로 인해 일상 경제생활에서 화폐로 기능하기가 어렵다고 서술하고 있다.
동시에 암호화폐는 투기에 사용되어 금융과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 있으며,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결제수단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암호화폐 가격의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를 고려해 일부에서 법정화폐나 관련 자산을 페깅해 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했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해 국제적인 통화 시스템, 지불결제 시스템, 통화 정책, 국경간 자본 흐름 관리 등에 많은 위험과 도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 판이페이(Fan Yifei) 부총재는 기자 회견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주체는 사설 디지털 화폐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로 나눌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적인 기능을 가진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를 발행함으로써 사설 디지털 화폐의 부정적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의미다.
5. 디지털 인민폐에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었다
일부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었다. 파이낸셜 타임즈 기자가 “디지털 인민폐의 기술에 관심이 높은데,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 인민폐 체계에도 사용되었는가? 만약 사용되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사용되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소장 무창춘이 이렇게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추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능과 확장성 측면에서 단점도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은 자산 확인, 거래 이체, 원장 검증 등에 있어서 동시성이 낮고 민감도가 낮은 상황에 좀 더 적합하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과 적용 범위에 따라 인민은행은 무역금융 블록체인 플랫폼과 디지털 지폐 거래 플랫폼 같은 무역 금융, 확인 거래, 거래 조정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혁신적인 적용을 탐구해왔다.
디지털 인민폐의 최상위 설계 요구 사항에 따르면, 기술 경로 설계는 장기적인 기술 발전, 실용성과 높은 효율 달성이라는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
따라서 첫째로 높은 소매 동시성(일반인들이 어느 가게에서나 동시다발적으로 결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 및 중앙은행의 중앙집중식 관리라는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하고, 거래 측면에서 중앙집중식 처리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둘째,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감독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청산 및 장부대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불 즉시 결재와 효율적인 오류 처리도 가능해야 한다. 넷째,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자금세탁 방지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인민폐 지불 시스템의 거래 단계에서 높은 동시성과 짧은 대기 시간을 지원하고 대중이 중앙은행 청구권을 직접 보유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중앙집중식 구조가 채택되고 모든 기관 간 거래는 중앙은행단을 통한 가치 이전이 이루어져만 한다.
동시에 암호화된 문자열에 기반한 디지털 인민폐 표기 방식으로 설계해 안전성, 이중지불 방지, 위조 불가능이라는 특성을 유지하고, 스마트 계약에 통화 관련 기능을 탑재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디지털 경제 활동의 촉매가 되도록 했다.
디지털 인민폐 지불 시스템의 발행 측면에서는 컨소시엄 블록체인(Consortium Blockchain) 기술을 기반으로 통합 분산 원장을 구성한다.
중앙은행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거래 데이터를 체인에 업로드하여 데이터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은행과 같은 운영 기관은 기관 간 장부 대조, 계정 유지 관리, 멀티 백업을 수행할 수 있다.
디지털 인민폐의 ‘지불 즉시 결재’의 장점을 충분히 구현하기 위해 디지털 인민폐 시스템은 블록체인 합의 메커니즘과 프로그래밍 가능한 스마트 계약 특성을 결합하여 자동 장부 대조와 자동 오류 처리를 실현한다.
동시에 해시 알고리즘의 불가역적 특징을 사용해 블록체인 원장은 민감한 거래 정보 대신 해시 다이제스트(Hash Digest)를 사용해 서로 다른 운영 기관 간의 데이터 분리를 구현함으로써 개인 정보 보안을 지킬 뿐만 아니라 분산 원장이 일으킬 수 있는 금융 데이터 보안 리스크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백서에는 디지털 인민폐가 통화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스마트 계약을 탑재하여 프로그래밍 가능성도 구현함으로써 디지털 인민폐가 보안과 규칙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거래 쌍방이 합의한 조건, 규칙에 따라 자동 지불 거래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촉진한다고 되어 있다.
6. 디지털 인민폐 개인공용 지갑 이미 2,438만 개 넘어서
백서에 따르면 2021년 6월 30일 현재 디지털 인민폐 파일럿 시나리오 수는 132만 개를 넘어섰고 개인 지갑은 2087만 여개, 공용 지갑은 351만 여개, 누적 거래 건수는 7075만 여건, 금액은 약 345억 위안(한화 5조 8650억원 상당)이었다.
공개된 데이터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디지털 인민폐(e-CNY)는 이미 상당한 금액이 발행돼 다양한 사용 가능처에서 테스트 되어 왔다는 것이다.
파일럿 테스트 지점별 거래액은 약 2만6,136 위안(한화 447만원 상당)이고 각 지갑의 평균 잔액은 약 1,415위안(한화 24만원 상당)이다.
여기에는 351만 개의 고액 공용 지갑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 지갑의 잔고는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민은행은 향후 일반인을 상대로 한 테스트를 크게 늘려 보편적인 디지털 인민폐 사용 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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