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당분간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다. 이달 초 개리 겐슬러 SEC 의장이 “뮤추얼펀드에 적용되는 보다 엄격한 규정을 따르는 비트코인 선물 ETF라면 실무진들에게 검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겐슬러 의장의 ‘가이드’에 따라 월가의 주요 운용사들은 비트코인 대신 비트코인 선물을 바탕으로 하는 ETF를 앞다퉈 신청하기 시작했다.
지난 두 주 동안 프로쉐어즈, 인베스코, 반에크, 발키리 디지털 에셋, 그리고 갤럭시 디지털까지 비트코인 선물 ETF 신청서를 냈다.
SEC로부터 승인이 떨어지면 비트코인 선물을 추종하는 ETF를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ETF와 비트코인 선물 ETF는 무슨 차이가 있나?
# 비트코인 선물
선물(futures)은 오일, 금 등 기초자산의 가격을 따라가는 파생상품이다. 이 경우 기초자산은 비트코인이 된다.
미국에서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은 CME 그룹이 상장한 것이 유일한다.
바이낸스, FTX 등에서 거래하는 레버리지 마진 상품이나, 무기한 선물과는 다르다. 미국 당국 입장에서 이들은 ‘무허가 상품’이고, 미국인들의 매매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파생상품시장을 감독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CME의 비트코인 선물만 인정한다.
비트코인 선물 ETF가 나온다면 CME의 비트코인 선물을 바탕으로 할 수 밖에 없다. CME는 2017년 하반기부터 비트코인 선물을 취급하고 있다.
# 투자 위험은?
비트코인 선물은 현물 비트코인 시세를 따라가도록 돼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날 수도 있다.
가격이 급변하면 더욱 그렇다. 선물이 현물을 따라가지 못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실제 사례가 있다.
2020년 봄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했을 때 오일 선물 ETF가 대표적.
세계 최대 오일 ETF는 유나이티드스테이츠오일(USO) 펀드다. USO는 오일(원유) 그 자체가 아니라 오일 선물을 바탕으로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오일 선물도 급락했다. 조만간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생각하고 USO에는 오히려 투자자금이 몰려 들었다.
그러나 오일 선물 가격은 폭락을 거듭했다. USO에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 선물 롤오버 리스크
모든 선물에는 만기가 있다. USO는 선물 중에서도 만기가 가장 가까이 있는 최근월물에 펀드 자산 100%를 투자하게 돼 있었다.
USO로 자금이 몰리면서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수량의 선물을 매매하는데 애를 먹었다. 여기에 최근월물 만기가 도래했을 때 다음 만기 선물(차근월물)로 교체해야하는 롤오버(roll over) 부담도 커졌다.
통상적으로 최근월물과 차근월물은 만기가 임박했을 때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비정상적으로 두 선물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USO는 펀드 규약을 수 차례 바꿔서 최근월물, 차근월물에 나눠서 투자하는 고육책을 냈다.
이 과정에서 매매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롤오버를 하면서 최근월물을 싸게 팔고, 차근월물을 비싸게 사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
롤오버 비용이 커지면 선물이 현물 가격을 그대로 따라갈 수 없다. 국제 유가가 반등하는데도, USO ETF 가격은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USO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 비트코인 선물 ETF, 현물 가격에도 영향
다우존스 뉴스는 20일 월가의 주요 운용사들이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선물 ETF 타이틀을 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베스코의 경우 롤오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트코인 선물 외에 비트코인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출시되면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기게 된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의 증가는 현물 비트코인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선물 만기를 앞두고 비트코인 선물 ETF들의 롤오버 매매가 집중될 경우, 이른바 ‘웩 더 도그(wag the god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든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선물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현물 비트코인 가격이 선물에 휘둘리는 것. 선물이 현물을 따라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일시적으로 정반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발키리의 CIO 스티븐 맥클러그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더 적합하다”면서 “USO 사건은 매우 특별한 사례이며,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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